2년간 PS 진출했지만 팬들 실망… 작년 4위, ‘5위에 첫 패배’ 불명예
“더그아웃, 시끌벅적-활력 넘치게”… ‘분위기 메이커’ 박석민 타격코치로
내부경쟁으로 허경민 공백 채울 듯
“부임 때 목표로 밝혔던 한국시리즈 진출은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는 이승엽 두산 감독(49)이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구단 창단기념식에서 밝힌 포부다. 이 감독은 “선수, 코치진, 프런트가 삼위일체가 돼서 (두산 전력이 약하다고 보는) 야구 관계자들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걸 입증하겠다”고도 했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년간 두산은 두 번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3년에는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뒤 와일드카드 결정(WC) 1차전에서 NC에 패했다. 지난해에는 4위로 WC 결정전에 올랐지만 5위 KT에 2연패하며 탈락했다. 4위 팀이 1승을 먼저 안고 치르는 WC에서 5위 팀에 패한 것은 역대 처음이었다. 몇몇 화난 두산 팬은 “이승엽, 나가∼”를 외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2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힘든 시기도 보냈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하기 싫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이 감독이 중점을 두는 건 시장처럼 시끌벅적하고 활력 넘치는 더그아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목청껏 응원하며 팀을 하나로 묶어 달라. 더그아웃의 활력이 그라운드의 무한한 동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 감독은 조성환 수비코치(49)를 신설된 퀄리티컨트롤(QC)코치로 선임했다. 경기 안팎에서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 현역 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분위기 메이커’ 박석민(40)을 타격코치로 데려온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일본 명문 구단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박 코치는 선수들과 소통이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분위기는 박 코치가 다 살릴 거다. 선수들과 나이 차도 크지 않은 만큼 형, 동생 하며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새 시즌 주장은 안방마님 양의지(38)가 맡는다. 구단은 유니폼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도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두산 선수단은 30년간 입던 휠라 유니폼 대신 올해부터 아디다스 제품을 입는다.
두산을 보는 외부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두산은 10년간 주전 3루수를 맡았던 허경민(35)이 자유계약선수(FA)로 KT로 떠났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40)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반면 눈에 띄는 외부 영입은 없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전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구단에 보강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허경민이 이적한 다음 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내부 경쟁을 통해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야 재편은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강승호(31)가 3루수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장타력이 좋은 강승호가 3루에 자리를 잡아준다면 박준영(28), 이유찬(27), 신인 박준순(19) 등 7명의 후보 중에서 새로운 키스톤 콤비를 꾸릴 수 있다.
마운드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콜 어빈, 잭 로그)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 곽빈으로 이어지는 3선발은 10개 구단 중 톱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팬들이 열광하던 두산은 허슬, 미러클로 대표된다. 올 한 해 최대한 많이 이기고, 팬들에게 승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두산은 24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1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2차 캠프는 다음 달 1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시작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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