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 '평화' 외쳤지만 … 영토 확정·나토 가입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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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개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지정학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은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이익이 보호되지 않을 우려를 표명하며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우크라이나 독립과 영토 보존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함께 유럽 외교장관들이 협상의 주요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전반적인 이익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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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젤렌스키와 통화
유럽 찾은 헤그세스 美국방
'영토복구·나토가입' 불가 등
사실상 러 유리한 조건 주장
협상 일단 반긴 우크라·유럽
미·러 밀실합의 가능성 경계
대화 참여·우크라 이익 강조
젤렌스키, 美밴스·루비오 등
뮌헨서 만나 의견 조율할듯

◆ 우크라 종전 급물살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 관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접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독일 뮌헨으로 이동해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 관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접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독일 뮌헨으로 이동해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트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이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통화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은 당장 협상판이 러시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가능성과 '유럽 패싱'을 경계하며 우크라이나 이익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유럽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전쟁 중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반환 불가 등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설파했다.

아직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협상 테이블 모습을 상상하며 벌써부터 치열한 '이익 다툼'을 예고하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에 즉시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나도, 푸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도 평화를 원한다"며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휴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협상의 일환으로 영토를 양도할 것 같으냐는 질문엔 "그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당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하며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두 정상 간 통화 시간(1시간30분)까지 공개하며 푸틴 대통령이 "양국이 함께 일할 때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직접 만나는 것을 포함해 접촉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음을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즉각적인 협상 개시 의지를 표출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TV에 출연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팀 협업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14일부터 사흘간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날 가능성도 전했다. 뮌헨 회동이 성사되면 종전 합의에 필요한 우크라이나의 구체적인 조건이 제시되고 미국이 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와 맞물려 나온 헤그세스 장관 발언이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않음을 내비치며 향후 종전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파병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협상 타결을 위한 전제 조건을 미리 언급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높은 눈높이에 미리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한 협상 모멘텀을 목도한 유럽은 일단 환영 메시지를 내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유럽 패싱' 가능성을 경계했다.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라는 위기감으로 러시아의 야심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입장에서는 종전협상이 미·러 정상 간 밀실 합의로 전개될 경우 지정학적 힘의 균형이 오히려 깨지는 '항복 협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프랑스·스페인 외무장관들은 향후 종전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 참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유럽 참여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지속 가능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도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본인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 보존은 무조건적"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모든 협상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전협상 합의는 최근 상호 인질 교환이 모멘텀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향후 그와 회동 가능한 장소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는데, 이는 하루 전 러시아가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중재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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