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NS에서는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이란 다이소 색조 화장품 하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3000원에 불과한 제품이 6만원이 넘는 샤넬 제품과 비슷한 색을 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이소 샤넬밤'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 제품을 제조한 손앤박은 인기를 몰아 올해 전국 GS25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작년 3월 출시 후 누적 판매량만 200만개에 달한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김한상 손앤박 대표(사진)는 "올해는 아마존, 코스트코 등 북미 유통망을 공략하는 게 목표"라며 "해외 수출량 100만 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손앤박은 2012년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손대식, 박태윤 그리고 김 대표가 손을 잡고 색조 전문 브랜드로 출범했다. 올리브영, 미국 세포라 등에도 납품할 만큼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2016년 손대식, 박태윤과 사업상 결별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30명이 넘는 직원이 한 때 7명까지 줄고 연매출도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반등의 계기는 다이소 납품을 시작하면서다. 10개월 가까이 제품 개발에 매진한 끝에 작년 10월 다이소에 납품을 시작했다. 출시 직후엔 큰 반응이 없었지만 뷰티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졌다.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작년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140% 늘어난 51억원을 기록했다. 컬러밤 성공은 판로 확장으로 이어졌다. GS25에는 ‘하티’라는 서브 브랜드 출범해 판매를 시작했다. 무신사 뷰티와는 협업 제품을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3000원에 제품 가격을 맞추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제품 개발이 원가를 깎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했다. 다이소 측과 수십 차례 회의를 거치고 샘플을 만든 뒤에야 납품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처음엔 3000원 균일가에 맞추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며 “용기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종이 박스 제거, 용기 후가공을 하지 않는 등 원가를 최대한 낮췄지만 핵심인 화장품 품질은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팬데믹 이후 저가 시장이 뜰 것이라고 판단해 다이소 입점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다이소 성공은 다른 유통채널 확장으로 이어졌다. GS25에는 ‘하티’라는 서브 브랜드를 선보였고, 코스트코에는 기존 손앤박 제품을 입점시켰다. 무신사 뷰티와 협업해 7종 제품을 8월 말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 수출 지역도 확장 중이다. 일본·미국·대만·말레이시아·터키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왓슨스, 일본에서는 돈키호테와 같은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 역시 현재 입점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가·가성비·바이럴 효과를 갖춘 K-뷰티 제품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이소는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브랜드 재도약의 발판”이라며 “국내에서 만든 가성비 K-뷰티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