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양자 컴퓨팅 발전을 위한 기술 제공을 목표로 미국 보스턴에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자사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5'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협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부터 재료 개발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다양한 양자 연구 커뮤니티와 협력해 쿠다(CUDA)-퀀텀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발전시키고 유용한 대규모 가속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획기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CEO가 양자컴을 개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양자컴 가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인 쿠다-Q를 개발해왔다.
엔비디아는 NVAQC에 참여하는 기업 또는 연구기관 소속 개발자들에게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인 'GB200 NVL 랙스케일'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자 시스템의 복잡한 시뮬레이션과 양자 오류 정정에 필수적인 '저지연 양자 하드웨어 제어 알고리즘'을 배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은 조합 최적화 등 특정 연산에서 속도가 슈퍼컴을 아득히 능가하지만 큐비트 실현 과정에서 오류가 잦아 이를 정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양자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미카일 루킨 교수는 "엔비디아의 NVAQC는 세계 유수 대학들과 스타트업이 있는 보스턴의 양자 생태계에 매우 특별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가속 양자와 전통적인 슈퍼컴퓨팅 기술은 양자 오류 수정부터 양자 컴퓨팅을 마침내 현실로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 올리버 MIT 양자공학센터 소장 역시 "엔비디아 가속 컴퓨팅 플랫폼과 큐비트의 통합은 양자 컴퓨팅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을 전례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NVAQC는 올 하반기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와함께 H100 가속기보다 900배 빠른 차세대 AI가속기 루빈을 내년 하반기 양산하고, 2028년엔 루빈 다음 세대의 AI가속기 '파인만'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파인만은 양자컴퓨터의 물리적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제안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름에서 따 왔다. 슈퍼컴 가속기인 GPU에서 양자컴 가속기로 기업 비즈니스 모델(BM)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양자기술 참전 선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20~3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젠슨 황 CEO의 입장과 상반된다. 구글에 이어 아마존,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 기술 선도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전략을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 15일 구글의 최신 양자프로세서 '윌로'를 능가하는 10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쭈충즈 2.0'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빅테크들의 양자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양자 기술 불모지' 한국도 발걸음이 바빠졌다. 정부는 지난 1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민관합동 양자전략위원회 제 1차 회의를 열었다. 양자 기술 핵심역량 및 우수 인재 확보, 양자 산업화 기반 마련, 글로벌 협력 등 3대 분야 10대 추진 과제를 이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양자과학기술은 미래 국가의 경제와 사회,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로 현재 RSA 암호체계를 파괴하거나, 양자 센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핵 탑재 스텔스 전투기 및 폭격기를 탐지하거나, 도감청이 불가능한 절대 보안 양자 통신 등이 모두 양자 기술로 가능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양자 기술 시장 규모는 2033년까지 246억달러로 지난해(23억달러)보다 10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