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EZH2 억제제로 듀센근이영양증 섬유화 감소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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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0 17:09 수정2025.03.20 17:09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 서울의대 의과학과 최무림 교수, 전은영 학생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 서울의대 의과학과 최무림 교수, 전은영 학생

국내 연구진이 유전성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DMD)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특정 유전자(EZH2)가 과발현되면 근육 재생이 저해된다는 데에 주목해 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근육 조직 손상을 줄이고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와 병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서울대병원은 채종희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와 최무림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팀이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와 동물 모델의 근육 조직을 분석해 EZH2 유전자 과활성화가 근육 섬유화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임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억제하는 새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듀센근이영양증은 DMD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섬유화가 진행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운동 능력을 상실하고 심장·호흡 기능 저하를 호소할 수 있다.

국내 환자는 2000명으로 추산되며 주로 남성 환자다. 주로 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하는 데 장기 사용하면 근육 섬유화, 성장 장애,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치료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EZH2 유전자'에 주목했다. EZH2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과활성화되면 근육 재생을 방해하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EZH2 유전자 활성을 억제하면 근육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듀센근이영양증 환자, 베커근이영양증 환자, 정상 대조군의 근육 조직을 활용해 대상으로 단일핵 전사체 분석, 공간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EZH2 유전자 발현 수준과 근육 섬유화 기전을 정밀 분석했다. 듀센근이영양증 동물 모델에서도 동일한 분석을 수행해 환자 샘플과 비교했다.

그 결과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와 동물 모델에서 EZH2 유전자 과활성화는 근육 섬유화, 염증 반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듀센근이영양증 동물모델(D2-mdx 생쥐)을 활용해 EZH2 억제제(GSK126, 타제메토스타트)를 단독 투여하거나 스테로이드(데플라자코트)와 병용 투여한 뒤 근육 조직의 변화, 근력 회복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EZH2 억제제를 단독 투여한 그룹에서 근육 섬유화가 감소하고 근섬유 크기가 증가해 정상 근육과 비슷하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스테로이드 단독 투여군과 비교했을 때 EZH2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그룹은 근육 조직의 섬유화가 줄고 근력 테스트 결과 근력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EZH2 억제제가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근육 재생을 촉진하고 근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듀센근이영양증의 새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상용화된 치료법이 많지 않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치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듀센근이영양증 발병 기전을 이해하고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유전자 표적을 찾기 위해 환자와 동물 모델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특허 출원한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한 추가 연구를 통해 EZH2 억제제의 임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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