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 트윈스)가 ‘속죄투’를 선보이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LG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부터 실점했다. 1회초 정수빈의 좌전 2루타로 이어진 무사 2루에서 김동준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은 것. 다행히 양의지, 김재환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고, 포수 이주헌이 2루 도루를 시도한 김동준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2회초는 깔끔했다. 제이크 케이브(유격수 플라이), 이유찬(우익수 플라이), 오명진(좌익수 파울 플라이)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초에도 박준순(우익수 플라이), 김민석(1루수 땅볼), 정수빈(투수 땅볼)을 모두 돌려세웠다.
하지만 4회초 들어 다시 흔들렸다. 김동준을 삼진으로 물리쳤으나, 양의지의 볼넷, 김재환의 우전 안타, 폭투로 1사 2, 3루에 몰렸다. 여기에서 케이브에게 좌중월로 향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유찬(1루수 땅볼), 오명진(삼진)을 막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결국 5회초를 넘기지 못했다. 박준순, 김민석에게 볼넷, 우전 안타를 헌납한 뒤 우완 이정용과 교체됐다. 승계주자 한 명이 홈을 밟으며 이날 에르난데스의 총 자책점은 4점이 됐다.
최종 성적은 4이닝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4실점. 총 투구 수는 72구였다. 에르난데스는 양 팀이 4-4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패전을 면했지만, 소속팀 LG는 두산에 끝내 5-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2연패에 빠진 LG는 30패(41승 2무)째를 떠안으며 선두 한화 이글스(42승 1무 29패)에 1경기 차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3위 롯데 자이언츠(40승 3무 31패)에도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시즌 도중 LG와 손을 잡은 우완투수다. 그해 정규리그 11경기(47이닝)에서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마크했다. 특히 가을무대에서의 활약이 빛났다. 불펜으로 KT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00(7.1이닝 무실점)을 기록,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었던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3차전에 출격해 3.2이닝 2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LG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아쉽게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지는 못했으나, 에르난데스는 엘동원(LG 최동원)이라는 영광스러운 별칭을 얻으며, 최대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인센티브 20만 달러)의 조건에 LG와 동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좋지 못하다. 시즌 초 부진에 시달렸다. 4월 15일 잠실 삼성전(6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에서는 호투했으나, 직후 오른 대퇴부 대내전근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어 에르난데스는 5월 말 복귀했지만, 이달 17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웃지 못했다. 1이닝 만을 소화한 뒤 2회초 박건우에게 머리로 향하는 사구를 던져 헤드샷 퇴장을 당한 것. 이 여파로 LG는 이번 주 잦은 불펜 데이를 해야 했다.
이후 에르난데스는 절치부심했으나, 이날 경기에서도 부진하며 ‘속죄투’를 선보이지 못했다. 과연 에르난데스가 다음 등판에서는 호투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한편 22일 경기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LG는 선발투수로 좌완 송승기(7승 4패 평균자책점 2.65)를 출격시킨다. 이에 맞서 두산은 좌완 최승용(4승 4패 평균자책점 3.84)을 예고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