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도입 공약… 전문가 “법적 인프라 정비 먼저”
“제도권 내 활성화” vs “자본시장 성장 실익 없어”
대표적인 공약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다. 두 후보 모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기초로 지수를 만들어 일반인이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는 통합감시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문수 후보도 과감하고 획기적인 과세체계 도입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화 촉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현물 ETF 논의는 지난해 1월 미국 증시에서 비트코인 ETF가 처음 승인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화됐다. 이전까지는 선물 ETF만 허용됐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년 만에 현물 ETF를 허용함으로써 기관과 개인투자자 모두 증권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한국에서도 도입 논의가 이어졌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가상자산을 ETF 등 금융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돼 금융사가 실제로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제도권 내 투자가 활성화되리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코스피 등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는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스테이블코인 도입도 관심사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법정화폐로 고정한 가상자산을 가리킨다. 기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가치 변동이 커 결제보다 투자에 초점이 맞춰진 데 비해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결제가 주요 기능이다. 개당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 USDC(USD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미국달러와 국채 수요를 높일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 정부가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처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해 결제시스템 변화에 대응하고 법정화폐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하루빨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 측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만들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이 포함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나섰다. 김 후보도 대선 공약 중 일부로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 거래 대비 신속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거래·송금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기 전 금융 안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은 5월 28일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주요국이 자체 법안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의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 시장 신뢰도를 높인 반면, 한국은 가상자산 발행 자격과 발행·유통 공시에 대한 법적인 구체화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자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변화가 커지면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해 시장 안정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뱅크런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당국 등도 시장 불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밴스 美 부통령 “비트코인 보유자 1억 명으로 증가”
한편 5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사상 최초로 11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를 넘어선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12만 달러 돌파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5월 2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10만7551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친(親)암호화폐론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질주하고 있다.
또한 밴스 부통령은 적대적 규제 철폐, 지니어스 법안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시장체계 구축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3대 핵심 목표를 소개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위협하지 않고 강화한다”며 “지니어스 법안이 스테이블코인 활동을 미국 내로 끌어들여 달러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상원에서 마련된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담보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 법률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1호에 실렸습니다〉
이한경 주간동아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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