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우(33·제주 SK)가 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제주는 7월 23일 제주도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23라운드 FC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최병욱의 크로스가 임창우의 헤더로 이어졌다. 이 공이 바운드된 뒤 서울 골문 구석을 갈랐다.
임창우가 서울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안태현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전반 5분 만에 교체 투입됐다.
(안)태현이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 교체로 들어갔다. 우선, 태현이의 부상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천만다행이다. 경기에 나선 선수,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 모두가 서울을 상대로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이 컸다. 간절함에서 상대를 앞선 게 승리로 이어진 듯하다.
Q.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다.
참 신기한 게 이전에 골을 넣은 경기도 서울전이었다. 작년 7월 6일 홈에서 열린 서울전이었다. 그때도 우리가 3-2로 이겼다.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과 골 장면을 다시 봤다. 골대와의 거리가 꽤 멀었더라. 경기장에선 가깝게 느껴졌었다. 신기했다.
Q. 행운이 따른 골이었을까.
내가 왜 그 위치에 있었는지 모르겠다(웃음). 이해가 안 된다. ‘골대로만 향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헤더를 했는데 상대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운이 좀 따랐던 것 같다.
Q.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했다.
축구하면서 처음 해본 것 같다. 은퇴하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긴 했다. 지난번에 (남)태희가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나. 그게 좀 멋있어 보이더라(웃음). 따라 하고 싶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한 것 같다.
Q. 서울전 3연승이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서도 자신감이 있었나.
당연히 있었다. 앞선 2경기에서 모두 이긴 상대였다. 선수단엔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가 1-2로 역전을 허용했을 때도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추가 실점만 내주지 않는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봤다. 우리가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Q. 서울이 후반전 시작 직전 제시 린가드, 안데르손, 문선민을 투입했다. 후반전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서울 선발 명단을 보고 ‘후반에 승부를 보겠구나’ 싶었다. 후반전에 좋은 선수가 나온다는 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팀을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우리가 더 단단하게 뭉치면 이길 것이라고 봤다.
Q. 전반 5분 만에 교체 투입됐다. 몸이 안 풀린 상태로 투입된 것 아니었나.
맞다. 몸을 풀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급하게 교체 준비를 할 때부터 ‘몸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는 걸 느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들어갔지만, 호흡이 올라오는 등의 어려움이 없었다. 1년에 2~3번 정도 이런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었던 것 같다.
Q. 지난해 7월 6일 서울전 때도 ‘그날’이었던 건가.
그랬던 것 같다(웃음). 서울이 운이 좀 안 좋은 듯하다.
Q. 교체로 들어가자마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경기를 뛰다가 안 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수비는 기본적으로 하면서, 공격적인 면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김학범 감독이 “임창우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감독께선 베테랑 선수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김학범 감독님은 베테랑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신다. 그런 부분이 오늘의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Q.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어땠나.
내가 관심받는 걸 안 좋아한다. 축하를 정말 많이 해주더라(웃음). 빨리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다. 그런데 이런 날이 또 언제 올지 모르지 않느냐. 오늘은 즐기겠다. 순위표를 보면 상위 팀과의 승점 차가 크지 않다. 방심하지 않고 26일 김천상무 원정에서도 꼭 승점 3점을 가져오도록 하겠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