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트라우마, 약물 중독의 시간을 딛고 밝은 색채와 유머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 조엘 메슬러가 인천 영종도에서 첫 한국 개인전을 열었다. 치유와 회복을 테마로 한 ‘파라다이스 파운드(Paradise Found)’에는 가볍게 보이지만 진중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메슬러는 삶에서 건져올린 희망을 유쾌한 목소리로 전했다.
이번 전시는 파라다이스시티가 글로벌 문화 플랫폼을 표방해 마련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미술계 최대 행사인 ‘KIAF 프리즈 서울 2025’를 고려해 한국 입국 관문인 영종도에서 메슬러의 작품을 전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23년 뱅크시·키스 해링전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예술 기반의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전시 개막과 함께 파라다이스시티에선 그의 타이포그래피를 입힌 깃발들이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허그(HUG), 사랑(LOVE), 희망(HOPE) 등 따뜻한 단어들이 관람객을 환대했다.
메슬러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 이후 알코올과 약물에 빠져 힘든 청년기를 보냈다. 아트딜러로 일하던 그는 힘든 시간을 예술로 극복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고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트로피컬 특유의 밝은 색채와 경쾌함이 특징이다. 어려운 현대미술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고 연결되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입체작품 24점을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회화 19점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 신작이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어스(Earth), 워터(Water), 스카이(Sky) 등 3개 테마로 구성됐다.
1층 ‘어스’에서는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설치물인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와 대형 회화 ‘플레이 더 히츠(Play the Hits)’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워터’ 공간에서는 물결 패턴 벽지와 대형 비치볼 작품이 어우러져 마치 수영장 파티와 같은 느낌을 준다. 메슬러는 “나의 모든 작품은 어머니로 귀결된다. 교정기를 뗀 날, 고교를 졸업한 날 등 특별한 날에 어머니가 수영장에서 풀 파티를 열어준 덕분에 물과 수영장은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2층 ‘스카이’에서는 존재의 의미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금박 풍선 작품인 ‘파라다이스 위드 블러섬즈(Paradise with Blossoms)’를 전시했는데 주변에 안락의자를 배치해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다.
메슬러는 “이번 전시를 기획할 때 기존에 작업한 작품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여정으로 삼았다”고 했다. 작품 제작 기간으로 단순히 붓질을 한 시간만 계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항상 51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내가 올해 51세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작품은 결국 내 인생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여서 그렇게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메슬러는 이번 전시를 땅, 물, 공기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눈 이유에 대해 삶의 여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땅에서 출발해 물을 만나고 다시 공기로 나아갑니다. 제 전시를 통해 관객이 각자의 작은 파라다이스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영종도=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