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솅겐 협약’[횡설수설/김준일]

3 days ago 13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을 꺼낼 필요가 없는 건 ‘솅겐 협약’ 덕분이다.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협약에 따라 29개 가입국을 국경이 없는 것처럼 이동할 수 있다. 1985년 룩셈부르크의 작은 시골 마을인 솅겐에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처음 체결한 뒤 가입국 확대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솅겐 협약이 적용되는 면적은 남한 면적의 46배나 된다. 가입국 총인구도 4억500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사실상 국경을 통합한 효과를 보기 때문에 물류와 운송 비용은 줄었고, 인접 국가 간 노동시장 유동성도 높아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들 국가의 국경이 다시 닫히면 최대 180억 유로(약 26조7000억 원)의 경제적 비용이 해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행을 편리하게 해주고, 경제적 이득도 주는 이 협약이 실효성 위기를 맞았다. ‘한시적’ 전제를 달았다지만 EU 집행위원회에 국경 통제 계획을 신고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8개국이었다. 독일은 인접 9개국과의 국경을 6개월간 통제한다. 높은 수준의 비공식 이주, 이주민 밀입국 알선, 망명 신청자 수용 등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댔다. 폭력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도 이슬람 극단주의 위협 등을 막겠다며 내년 4월까지 인접 6개 국가와의 국경을 통제하기로 했다.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안보 위협’도 통제의 주요 이유다. EU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유럽 곳곳에서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벌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철도 마비, 리투아니아의 드론 침투, 프랑스의 열차 탈선 등이 그 예다. 덴마크와 스웨덴도 ‘러시아의 잠재적 사보타주 행위’ 때문에 국경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파괴 공작 행위자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걸 통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솅겐 협약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2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에 유입됐던 2015∼2016년,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에도 대대적인 국경 통제가 있었다. 하지만 앞선 두 번의 사례는 단발적인 국경 관리 성격이 짙었다. 반면 이번엔 각 국가들이 국경이 복합적이고 상시적으로 위협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때문에 국경 통제가 더 길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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