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에 반영된 특활비는 하반기에 사용할 금액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삭감했을 때와 같은 82억여 원이다. 지난해 예산안대로 원상복구된 셈이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사건 수사, 외교·안보, 경호 등에 쓰이는 경비로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되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증빙자료가 없다 보니 어디에 썼는지,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건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 자칫 고위공직자들이 ‘쌈짓돈’처럼 써도 확인할 길이 없다.
▷이렇다 보니 특활비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한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특활비 12억여 원을 빼돌려 차명계좌에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6년 판결을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특활비를 상납받아 사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특활비로 결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불투명한 특활비 사용이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안보실이 은밀한 정보 활동에 쓰는 비용이나 대통령이 주는 각종 격려금 등이 특활비에서 나오는 만큼 대통령실 특활비를 없애기는 어렵다. 민주당도 이번에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는 점을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지난해에는 왜 특활비 예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깎았는지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별 언급이 없다. 이러니 국민의힘에서 ‘후안무치’ ‘이중잣대’라고 비난하며 정쟁이 반복되는 것이다.▷삭감-복원을 둘러싼 여야 간의 다툼보다 중요한 건 특활비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특활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가 예산을 심의할 때 특활비 규모를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관련 지침에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특활비를 증빙이 필요한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라’고 돼 있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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