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운]트럼프 반대 뚫고 US스틸 인수… 주목받는 日의 끈기와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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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국제부 차장

김상운 국제부 차장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거래가 거의 무산될 위기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지난달 25일자 기사에서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18개월 만인 지난달 1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수 허가 결정을 받아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일본 특유의 끈기로 숱한 난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대미 관세 협상과 맞물려 주목할 만하다. 당초 산업계에선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 산업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US스틸을 외국 회사가 인수하는 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미국 철강노조와 정치인들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US스틸 매각에 반대하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올 초 매각 불허 결정을 내렸다. 대선 전부터 매각에 반대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트루스소셜에 “나는 한때 위대하고 강력했던 US스틸이 외국 기업, 이번 경우엔 일본제철에 매각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totally against)”고 썼다.

이 같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반전에 성공한 건 일본제철과 일본 정부가 2028년까지 11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하며 투자에 목마른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줬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뉴욕 증시 및 미 국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내 생산과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일본제철이 “50%의 철강 관세로 인해 대규모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본사 위치나 생산 이전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황금주’를 트럼프에게 부여한 것도 한몫했다. 일각에선 경영 간섭 우려를 제기하지만, US스틸이 1901년 앤드루 카네기가 설립한 이래 미국 산업화를 상징하는 기업인 만큼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한 ‘절묘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돼 미 행정부와 정치권을 집요하게 설득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WP에 따르면 이사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올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US스틸 인수 정보를 수집하며 설득 논리를 준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인수가 아닌 투자”라며 협력 의사를 보였다. 윌리엄 추 허드슨연구소 일본 담당 연구원은 “(이시바의 설득 논리는) 아주 영리했다. 그것이 더 큰 협상의 문을 열었다”고 평했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주력하는 동안, 일본제철은 지역 정치권과 노조를 만나 “인수를 계기로 투자와 첨단기술 도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또 5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워싱턴의 유명 로비업체 아킨 검프를 통해 미 의회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민관이 하나가 돼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뚝심 있게 설득전을 벌인 일본제철 사례를 트럼프발 관세 폭풍에 직면한 우리 정부와 기업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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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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