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난 기어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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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를 수색할 때 장병들은 보디캠을 착용한다. 지휘부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지휘하고, 작전 종료 후 전술적 보완점을 분석하며, 북한군의 도발 증거를 확보해 발뺌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은 아군의 감시 장비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는데 장병 2명의 보디캠 중 하나가 폭발 후 장병들이 서로 부축해가며 수색로를 빠져나오는 현장을 포착했다. 이를 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처절한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육군 25사단 직할 수색대대장이 이끄는 장병 18명은 잡목이 빽빽한 경기 파주 우리 측 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다 철수를 준비 중이었다. 공병 요원이 왼발을 내딛자마자 1차 폭발로 부사관 등이 쓰러졌고, 이들을 구조하러 대대장이 달려가다 2차 폭발에 왼쪽 발목을 잃었다. 이후 장병들은 탐침봉으로 지뢰를 확인해가며 부상자들을 안전지대까지 200m가량 후송했다. 발꿈치를 크게 다친 부사관은 부축하던 병사들에게 “나는 기어갈 테니 대대장을 챙기라”고 지시하곤 기어서 이동했다. ▷전우를 위한 크고 작은 희생은 드문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재구 소령 사건이다. 고인은 1965년 베트남 파병을 앞두고 훈련 도중 한 이등병이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실수로 놓치자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100명 넘는 중대원들을 살리고 순직했다. 향년 28세였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땐 하재헌 하사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자 후방의 김정원 하사가 뛰어 들어가 그를 후송하다 2차 폭발로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김 하사는 수술 후 깨어나자마자 “하 하사는 괜찮으냐”부터 물었다. 이번 폭발 사건의 대대장도 마취에서 깨자 “다른 부대원들은 무사한가”부터 챙겼다고 한다. ▷전우들은 생사의 위기를 공유하며 서로를 혈육으로 여기게 된다. 소설 ‘삼총사’의 좌우명대로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가 되는 것이다. 오래전 영국 저격부대 ‘95 라이플 연대’의 한 장교는 함께 복무한 부대원들에 대해 “(내 몸이 둘로 나뉜다면) 그들에게 더 나은 내 반쪽을 내줄 만큼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참전 용사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거창한 이념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었다. 옆에서 함께 피 흘리는 전우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철학자 헤겔은 인간이 이기적 욕망에 갇혀 살아가는 존재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이르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존재가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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