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희창]HD현대는 짓고, 한화는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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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가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는다. 미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서 부지를 물색 중이다. 새 조선소에는 실제 조선소와 똑같이 만들어진 가상 조선소에서 배를 미리 만들어 보는 ‘디지털 트윈’이 도입되고, 로봇 용접과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들어간다. 미국 조선소에서 이런 기술들이 구현되는 건 처음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현장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로봇 자동화는 미국의 조선산업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HD현대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내 조선소는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입장권’이나 다름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 8월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허용해 주기로 했는데, 이때 붙은 조건이 ‘미국 내 조선소’였다. 미국에 조선소를 새로 짓거나 기존 조선소를 사들인 외국 조선사만 본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미국인 고용과 기술 이전, 현지 공급망 구축 같은 조건도 함께 붙어 있다. HD현대는 합작법인을 발판으로 미 함정 건조 수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사 중 미국이 내건 ‘해외(미국 외) 건조 허용’ 조건을 갖춘 곳은 여태까지 한화오션뿐이었다. 한화오션은 2024년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이미 올 7월 미군의 미사일 비행 시험 데이터를 수집하는 해상 계측선(MRIV) 건조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MRIV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인 ‘골든돔’ 구축의 핵심 함정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처음으로 조선소까지 짓겠다고 나서면서 한미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역시 실마리를 찾았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미국이 관세를 낮춰 주는 대신 한국이 미국 조선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마스가에 합의했지만, 관련 법 개정이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미국 매체는 이번 신규 조선소 건설 추진을 두고 마스가에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마스가가 정부 간 약속에서 실제 산업 프로젝트로 넘어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가 된 것이라고 했다. ▷한미 조선 협력을 두고 HD현대는 조선소를 새로 짓고, 한화오션은 기존 조선소를 사들이는 선택을 했다. 국내 대표 조선사들이 내린 다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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