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힘든 건 모르겠고 성과급부터”…‘노사갈등’ 현대제철, 비상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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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철강업황 부진과 미국 철강관세 부과 등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며 전 직원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경영 위기 속에서 성과급 지급안에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냉연라인 생산이 중단될 경우 자동차용 강판 소재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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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비상경영’ 초강수

사측 적자감수 성과급 제시에도
노조 “현대차 수준 맞춰라” 요구

美 철강관세 태풍에 위기감 고조
업계 “노사 타협점 빨리 찾아야”

현대제철 노사분규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비어있는 냉연 제품장. [사진 = 현대제철]

현대제철 노사분규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비어있는 냉연 제품장. [사진 =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임원 급여 20% 삭감과 전 직원 희망퇴직을 검토하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것은 철강업황 부진과 미국 철강관세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사 분쟁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실정을 무시하고 현대차 수준의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 측에 지금이 회사의 존망이 좌우되는 엄중한 시기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간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적자 전환까지 감수하고 성과급 확대를 제안했지만, 노조가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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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조는 올해 1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시작했고, 당진제철소 냉연라인과 인천 부평공장 등에서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당진제철소) 조치까지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노조는 파업을 멈추지 않았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3일 중단됐던 임단협을 재개했지만 당일 오후 곧바로 결렬됐다. 지난 12일 사측이 직장폐쇄를, 노조가 부분파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지 단 하루 만에 또다시 양측 대화가 단절됐다. 노조는 곧바로 13일 야간 근무부터 20일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재무제표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1인당 평균 2650만원(통상급 450%+1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안을 제시한 만큼 더 이상의 타협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조2261억원,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0.4%, 60.6%씩 급감했다.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을 실적에 반영하면 영업이익은 1595억원까지 떨어진다. 순이익도 당기순손실 6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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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는 통상급의 500%에 1800만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1인당 4000만원대 수준이다.

이번 파업으로 당진제철소 냉연라인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자동차용 강판 소재로 주로 쓰이는 냉연 생산과 수급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당진과 순천에서 연간 600만t가량의 냉연을 만들고 있다. 회사 측은 이미 생산 차질로 인해 수백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제철 노조 요구는 최근 국내 철강업계 업황과 미국 관세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친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제철 노조의 쟁위행위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을 마친 냉연강판을 세워두는 적치 장소가 받침대만 남은 채 텅 비어 있다. [사진 = 현대제철]

현대제철 노조의 쟁위행위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을 마친 냉연강판을 세워두는 적치 장소가 받침대만 남은 채 텅 비어 있다. [사진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최근 국내 건설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자 이미 포항2공장 가동을 축소했다. 포항2공장은 건설업에 주로 쓰이는 봉형강(철근·H형강)을 생산하는 곳이다. 건설업 불황으로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540만1000t으로 전년 632만7000t 대비 15%가량 줄어들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2공장 근무체제를 기존 4교대에서 2교대로 바꾸고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도 현대제철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모두 877만t으로, 2017년 1153만t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중국산 철강재는 현대제철을 포함해 국내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제품보다 최대 30%가량 낮은 가격에 유입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재의 미국 시장가격이 25% 상승함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안팎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제철 노사가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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