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수의 재계 인사이드] AI 시대 삼성·LG의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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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재계 인사이드] AI 시대 삼성·LG의 성공 방정식

인공지능(AI), 폴더블, 초슬림…. 최근 1~2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을 달군 혁신의 키워드다. 놀라운 건 ‘패스트 팔로어’였던 삼성전자가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이제 삼성전자를 따라 하는 것조차 벅찬 모습이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때마다 ‘게임 체인저’ 같은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지만, 고향인 미국에서도 “창조성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삼성전자가 선전하는 비결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수장인 노태문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그중 하나다.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한 고리는 외부 협업을 통해 보완하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삼성, 전매특허 HW 초격차

[황정수의 재계 인사이드] AI 시대 삼성·LG의 성공 방정식

요즘 삼성전자는 전매특허인 하드웨어(HW) 기술력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첫 출시 이후 매년 무게와 두께를 줄이고 성능을 끌어올린 갤럭시 폴더블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뿐만 아니라 바(bar) 형태 스마트폰을 5㎜대 두께로 다이어트하는 등 슬림화 경쟁도 주도하고 있다.

약점도 있다. AI와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은 미국 빅테크에 한참 밀린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노 사장이 꺼낸 카드다. 자체적인 AI 개발은 계속 추진하되 AI 최강자 중 하나인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 결과물이 세계 첫 AI폰으로 불리는 갤럭시 S24다. 갤럭시 폰 우측 버튼을 길게 누르면 구글 제미나이(구글 AI 서비스) 창이 활성화한다. 구글과의 협력에서 큰 재미를 본 삼성전자는 ‘AI 동맹’을 스마트안경 사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는 협업 통해 약점 보완

가전 명가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 중인 LG전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냉난방공조(HVAC) 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AI 시대를 맞아 몸값이 오르고 있는 HVAC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업이 아니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LG전자의 에어컨 사업이 나온다.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 대형 냉방기(칠러) 등 HW 제조 사업을 하며 쌓은 기술력을 AI 인프라에 빠르게 접목했다. 기술 경쟁력과 탁월한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굵직한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보니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난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가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AI 데이터센터용 수랭식(물로 냉각) 냉각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 솔루션은 세계적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관심을 받고 있다.

LG전자도 고민은 있다. HW만큼 AI·SW를 강화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속도가 안 나서다. 조 사장이 찾은 해법은 LG전자가 기기 제조를 맡고 운영체계(OS) 같은 SW나 AI는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강자와 협업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깨너머로 습득하는 SW 기술력이 있을 것이란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MS 데이터센터에 LG HVAC 솔루션을 납품하는 건 덤이다.

요즘 한국 산업계의 화두는 ‘중국의 추격과 제조업의 위기’다. 기술과 가격을 겸비한 중국의 공세에 한국 기업은 벼랑 끝에 섰다. 분야별 최고수끼리 뭉치는 AI 시대에 선단식 경영과 수직 계열화로 대표되는 한국 제조업의 강점은 힘을 잃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노태문, 조주완 사장 같은 경영자들이 집중과 협업 전략으로 한국 산업계에 생존의 길을 제시한 점이다. 이들이 쓰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한국 제조업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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