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신규 입법 때 경쟁력 영향 평가"…EU조차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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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9 17:34 수정2025.09.19 17:34 지면A25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앞으로 모든 신규 입법 때 EU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와 회원국을 향해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규제 간소화 조치를 더 신속히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EU 기업과 산업계가 새로운 규제법안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과 행정 부담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알려진 대로 EU는 미국·중국과의 생산성 제고 및 혁신 경쟁에서 밀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대다수 회원국의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쇠퇴하는 경제블록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도 사실이다. 위기감이 커진 EU는 경쟁력 저하의 원인 분석에 나섰고, 지난해 9월 이른바 ‘드라기 보고서’(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지나치게 번거롭고 세분화한 EU의 규제가 기업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냉정히 보면 처한 상황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EU는 폰데어라이엔 2기 행정부가 지난해 말 출범한 이후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년 넘게 공들인 ‘그린 워싱 방지법’을 전격 폐기했다. 기업이 제품에 친환경 문구를 사용할 때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사전 승인받도록 한 법안이었으나 논의 자체를 백지화했다. 이에 앞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보고와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규제 시행도 연기했다.

변화에 둔감할 것 같은 EU조차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만 거꾸로다. 22대 국회 개원 후 지난 5월까지 발의된 법안만 해도 10건 중 3건이 규제법안이라는 분석이 있을 만큼 기업 규제가 넘쳐나고 있다. 배임죄 폐지를 포함해 기업인에 대한 경제형벌과 민사적 책임을 개선한다지만 노동조합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더 많은 규제 입법이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 우리도 모든 입법 과정에 법안이 가져올 경쟁력 훼손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고 분석해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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