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영웅, 피에타, 단색화…베네치아서 마주한 거장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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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영웅, 피에타, 단색화…베네치아서 마주한 거장의 숨결

지금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비엔날레 기간을 맞아 수백 개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어떤 전시를 봐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거장의 이름을 먼저 따라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회화의 개념을 뒤흔든 화가 게오르크 바젤리츠부터 비움의 미학을 탐구해온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까지 현대미술의 흐름을 만들어온 핵심 작가들의 전시가 있다.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전시 제목) 황금의 영웅들/(전시 장소) 조르조치니재단, 산조르조 마조레섬/(전시 기간) 5월 6일~9월 27일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황금의 영웅들’ 전시. 금색 배경 위에 아내 엘케의 모습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황금의 영웅들’ 전시. 금색 배경 위에 아내 엘케의 모습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한 마지막 전시다. 바젤리츠는 개막을 엿새 앞둔 지난 4월 30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금빛 신작 대형 회화에는 작가 특유의 거꾸로 선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지난 60년간 함께한 아내 엘케다. 그는 가늘고 날카로운 선으로 묘사한 나신을 통해 생명의 기운이 사라져가는 육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시 ‘황금의 영웅들’은 그의 출세작 ‘영웅’ 연작(1965~1966)을 60년 만에 다시 끄집어낸 것으로, 60년 작업을 돌아보는 마지막 인사로도 읽힌다. 금빛 화면은 서양 중세 종교미술의 금빛 회화를 오마주한 것이다. 오는 8월 서울 광화문 세화미술관에서 열리는 바젤리츠의 대규모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트랜스포밍 에너지/아카데미아 미술관/5월 6일~10월 19일

① 아카데미아 미술관 전시실 중간에 설치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① 아카데미아 미술관 전시실 중간에 설치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199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30년 만에 같은 도시로 돌아왔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살아 있는 여성 작가에게 단독 전시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르네상스 회화가 걸린 상설 전시장 내부에도 아브라모비치 작품이 설치됐다. 이 역시 미술관 역사상 처음이다.

작가의 80세 생일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그가 ‘일시적 사물’이라고 부르는 입체 작업이다. 수정, 자수정 등을 박은 돌침대와 의자 형태로 관람객이 직접 눕거나 앉아 ‘에너지 전이’를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1997년 황금사자상 수상작 ‘발칸 바로크’ 등 옛 퍼포먼스 영상도 걸렸다. 상설 전시장에는 아브라모비치의 1983년 사진 작품 ‘피에타’를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피에타’와 나란히 배치해 시선을 끈다. 르네상스 거장과 살아 있는 퍼포먼스 작가를 정면에 마주 세우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니 사빌/제니 사빌: 카 페사로/카 페사로/3월 28일~11월 22일

④ 제니 사빌의 ‘포커스’

④ 제니 사빌의 ‘포커스’

영국 출신 화가 제니 사빌이 베네치아에서 선보이는 첫 대규모 개인전.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과 함께 1990년대 영국 현대미술을 이끈 YBA(Young British Artists) 세대의 핵심 멤버인 사빌은 수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 위에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날것 그대로 포착해 그린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총 3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대형 누드 작업을 비롯해 전쟁과 슬픔을 담은 ‘피에타’ 연작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피에타 연작이 있는 방에서는 비잔틴·베네치아 회화에 대한 오마주로 금빛 바탕 위의 대형 마돈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전시실에선 티치아노에게 헌정한 신작 등 베네치아를 위해 특별 제작한 미공개작을 처음 선보인다.

로나 심슨/제3자/푼타 델라 도가나/3월 29일~11월 22일

② 로나 심슨의 전시

② 로나 심슨의 전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로나 심슨의 유럽 최대 규모 개인전. 작가의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콜라주, 영상 등 작품 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 대화하듯 구성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닮은 투명한 유리 조각과 나란히 놓인 빈티지 잡지가 눈길을 끈다. 흑인 문화와 정치, 생활 전반을 다루며 수십 년간 미국 흑인 가정의 필독지로 자리매김해온 ‘에버니’와 ‘제트’다. 이 잡지에 둘러싸여 자란 작가는 1950~1970년대 발간된 호수들을 모아 높이 쌓아 올린 뒤 그 안에서 오려낸 흑인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얼음덩어리에 겹쳐놓았다. 결국 녹아 없어질 얼음과 오랜 시간 지워져온 흑인의 역사라는 두 개의 소멸을 한 장면에 담았다.

이우환/이우환/SMAC/5월 9일~11월 22일

③ 이우환의 SMAC 전시

③ 이우환의 SMAC 전시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16세기 건물 프로쿠라티에에서 7개월간 열리는 회고전.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로 지정됐다. 미국 디아아트파운데이션이 주관하고 삼성문화재단과 페이스·메누르갤러리가 공동 지원했다. 6월 작가의 90세 생일에 맞춰 기획한 전시로, 이탈리아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8개 전시실에 70년에 걸친 그의 작업 세계가 펼쳐진다. 1960~1970년대 모노하 시기의 돌·철판 설치 작업부터 ‘점에서’ ‘선에서’ ‘조응’ 연작, 베네치아 공간에 맞춰 새로 제작한 장소 특정적 신작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한국 단색화와 일본 모노하라는 두 미술 운동이 한 줄기로 이어진다.

베네치아=성수영/강은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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