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5월 세계를 뒤흔든 ‘파리의 심판’ 이후 50년이 흐른 지금, 와인 신은 또 한 번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 와인의 가격에 지친 컬렉터들은 새로운 영토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본질인 선명한 산미, 미네랄리티, 정교한 밸런스를 신대륙의 테루아로 재해석해낸 신대륙의 ‘라이징 밸리’들이다. 최상급 피노 누아를 만드는 부르고뉴의 기후 조건을 이어받은 미국 오리건주 윌라메트밸리, 차가운 바다 안개와 석회질 토양으로 미네랄리티를 구현하는 칠레의 숨은 진주 리마리밸리 그리고 보르도 품종을 기반으로 구대륙의 우아한 산미와 완벽한 구조감을 구현해내는 미국 워싱턴주 왈라왈라밸리까지. 세 곳의 산지에서 지금 가장 핫한 와인 생산자가 최근 줄줄이 한국을 찾았다. ‘제2의 파리의 심판’은 가능할지, 프랑스 와인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칠레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로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가 있다. 세계 식탁과 와인 매장을 점령하며 ‘국민 와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 브랜드의 뒤에는 세계 100대 와인 메이커로 꼽히는 거장, 마르셀로 파파(사진)가 있다.
파파는 지난 11일 서울 청담동 르몽뒤뱅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인 아멜리아를 통해 리마리밸리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글로벌 와인 기업 콘차이토로는 최근 프리미엄 화이트 독립 와이너리인 비냐아멜리아를 설립했다.
아영FBC 주최로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파파는 아멜리아가 만들어진 리마리밸리의 특성을 설명했다. 아멜리아의 핵심은 이 지역의 극한의 테루아에 있다. 해수면에서 밀려오는 차가운 안개 카만차카와 훔볼트 해류가 만드는 서늘한 기운은 강렬한 햇볕을 가린다. 이 같은 기후적 특성은 샤르도네가 천천히, 정교하게 익을 시간을 벌어준다.
그가 강조한 것은 붉은 흙과 석회질 토양이다. 파파는 단순한 양조가를 넘어 열악한 지대를 개척하는 탐험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와인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는 “아멜리아는 부르고뉴의 몽라셰와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며 “론칭 초기 블라인드 테이스트에서도 평론가들이 부르고뉴 샤르도네로 착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제임스 서클링 96점, 로버트 파커 95점이라는 점수가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멜리아 샤르도네는 100% 손으로 수확해 줄기째 숙성시켜 특유의 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맑고 옅은 노란빛을 띠며 미네랄리티와 흰 꽃, 배 향을 느낄 수 있다.
압도적인 ‘가성비’도 그가 내세우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파파는 “부르고뉴의 우아함을 사랑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갈망한다면 리마리의 미네랄을 품은 아멜리아가 예술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레콜 No.41' 라이언 패닝턴 COO
구조감·과실미 갖춘 워싱턴州 와인, 여름철 극심한 일교차가 산미 끌어올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구조감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풍부한 과실미를 동시에 갖춘 와인이 있을까.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와인은 두 지역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3년 설립된 레콜№41은 와인 불모지던 이 지역을 초기부터 개척한 와이너리다.
라이언 패닝턴 레콜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워싱턴 와인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장점을 아우르는 균형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라셀라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와인 소비자들을 만났다.
워싱턴 와인이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 밸런스를 갖추게 된 비결은 독특한 기후 환경에 있다. 컬럼비아밸리, 월라월라밸리 등 이 지역 주요 산지는 여름철 기온이 높지만 동시에 혹독한 기온 차를 보인다. 한낮엔 약 40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이 되면 최저 12도로 뚝 떨어진다. 이런 조건 덕분에 포도가 산미와 향을 고스란히 보존한다는 설명이다.
레콜은 이런 독특한 테루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1980년대 첫 빈티지부터 고집해 온 세미용과 슈냉블랑은 이들의 시그니처 화이트 품종이다. 패닝턴 COO는 “최근 와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여러 가지 실험도 하고 있다”며 “향긋한 아로마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소비뇽 블랑 단일 품종 와인을 만들었고, 올해는 최초의 리슬링 와인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레콜의 레드와인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퍼거슨 밭에서 수확한 2011년 빈티지 레드와인(퍼거슨 에스테이트 밸리 블렌드)은 ‘디켄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보르도 블렌딩 와인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워싱턴 와인의 발전은 ‘진행형’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50년 전 ‘파리의 심판’은 미국 와인의 위상을 각인시켰지만, 단언컨대 ‘최고 워싱턴 와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신대륙 와인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도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애벗클레임' 알반 드보리외 수석 양조자
피노 누아의 섬세한 산미·테루아 빚어내…"오리건 와인은 부르고뉴의 아류 아냐"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가 된 나파밸리의 뒤를 이어 최근 독특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사로잡고 있는 산지가 오리건이다. 애벗클레임은 ‘미국의 부르고뉴’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도 최근 단연 돋보이는 스타 와이너리로 꼽힌다.
애벗클레임 수석 양조자인 알반 드보리외(사진)는 지난 18일 서울 반포 하우스오브신세계에서 열린 ‘오리건 와인 캠프’에 참석해 “이제 오리건 와인은 더 이상 부르고뉴의 아류가 아니다”고 했다. 프랑스 출신인 그 역시 오리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미국으로 이주해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오리건 와인의 핵심은 윌라메트밸리가 조성하는 천혜의 테루아에 있다. 포도가 익어가는 결정적 시기인 7~8월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서늘한 기후 덕에 병충해 걱정 없이 포도가 끝까지 건강하게 영양분을 응축할 수 있다. 해양 퇴적층으로 이뤄져 배수가 매우 빠른 토양 조건도 최적의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오리건 지역의 피노 누아는 입안을 채우는 정교한 미네랄리티와 복합미 그리고 특유의 섬세한 산미가 층층이 쌓여 우아한 질감을 내는 게 특징이다. 샤르도네 역시 과한 오크 향 없이 서늘한 기후가 키워낸 청량한 산미와 잘 익은 시트러스, 청사과의 순수한 풍미가 돋보인다.
드보리외는 여기에 전통 부르고뉴 방식 양조 기술을 접목했다. 그는 “1970~80년대부터 수차례의 블라인드 테이스트에서 오리건 와인이 부르고뉴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와인 신의 역사가 쌓여 왔다”며 “라벨을 가리고 마신다면 오리건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어떤 와인이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인지 묻자 만장일치로 애벗클레임의 샤르도네를 꼽았다. 드보리외는 “전통에 안주하지 않는 한국의 역동적인 와인 마니아에게 오리건 와인은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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