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잔액 106조, 23년 이후 최대
기업예금 잔액 넉달째 증가세
달러 팔던 개인도 '저가매수'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진 달러를 저가에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기업들이 달러 예치금을 꾸준히 늘리고 개인들도 달러 매수세로 전환하면서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9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9일 기준 총 709억400만달러(약 106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 말 744억1600만달러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달러예금은 예금 가입 시점에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달러로 보관·운용되는 외화예금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화 기준 평가금액이 늘면서 이자수익 외에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은행 달러예금은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58억6000만달러(약 8조8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6월 한 달 증가분의 약 2.8배다.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3월 말 587억6300만달러에서 4월 말 618억1700만달러, 5월 말 629억8900만달러, 6월 말 650억4400만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달러예금 증가세는 기업이 이끌었다. 기업의 달러예금 잔액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기업의 달러예금 잔액은 586억8500만달러로, 6월 말(530억6800만달러)보다 56억1700만달러 늘었다. 이달 들어 늘어난 달러예금의 약 96%를 기업이 채운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상반기 결산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온 데다 수입대금 결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달러를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오르면서 개인들도 달러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9일 기준 122억2000만달러로 지난달 말(119억7600만달러) 대비 2억4400만달러 증가했다.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5월과 6월 감소했다가 이달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1500원 선이었던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상승하면서 차익 실현 압력이 줄고 매수세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금액도 이달 들어 일평균 793만달러로 6월 일평균(408만달러) 대비 94.4% 증가했다.
이달 초 1560원 수준까지 추락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7월 들어 1400원대로 상승하는 등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6시 종가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498.5원으로 전날보다 11.0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종가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던 이달 2일(1555.8원)과 비교해서는 57.3원 상승한 수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 개입 경계 심리와 함께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국내 달러 유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원화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도 달러를 계속 쌓아 놓으려는 흐름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이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자 일부 기업은 쌓아둔 달러를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환율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의 달러 매도를 독려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강세 전망이 굳어질수록 수출기업 등이 보유 달러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면서 달러예금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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