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신변안전-경호문제 해결돼야”
1주전엔 “적정한 기일에 출석할 것”
첫 변론부터 바로 종료 파행 예고
공조본, 이번주 尹체포 집행나설듯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로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며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2차 체포영장 집행이 가시화되자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불법 무효인 체포영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계속 집행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헌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신변 안전과 경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 출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는 적절한 시기에 직접 나와서 본인이 말씀하실 것”이라고 밝혔고, 5일에도 “적정한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탄핵심판 당사자는 변론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헌재법 52조에 따르면 당사자 불참 시 다시 기일을 지정하고, 다시 지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당사자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첫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의 불출석을 확인한 뒤 바로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첫 변론부터 파행인 셈이다. 16일 2차 변론기일부터 탄핵사유 심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리 치졸한 수법을 동원하며 단죄의 시간을 끌려 해도, 결국 내란 세력들은 국민과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될까 두려워 신변 안전 운운하며 불출석 핑계를 대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12일 “대통령 변호인단 또는 대통령 측의 판단”이라며 거리를 뒀다.공수처와 경찰 등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대통령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막판 준비에 들어갔다. 공조본은 경호처의 내부 동요가 시작되면서 집행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고, 이번 주중 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를 방문해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이 진행 중이라 체포 시 방어권,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약속 뒤집고 “신변안전 우려” 헌재 불출석… 불구속 수사 노린듯
[尹, 헌재 첫 변론 출석 거부]
‘尹측, 체포영장-헌재출석 연계’ 분석… 지난달 “탄핵-수사 당당히 맞설 것”
이번엔 “경호문제 해결돼야 출석”… 관저 농성 장기화되자 새로운 여론전
우원식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게 최선”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변안전 보장을 전제로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 출석할 수 있다고 밝힌 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헌재 탄핵심판을 연계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한 상태에서 불구속 수사를 약속해야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본격적으로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제외를 이유로 탄핵 각하까지 주장해온 윤 대통령 측이 공조본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헌재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려는 일종의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尹 헌재 출석 위해서는 신변안전 해결돼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12일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불법 무효인 체포영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계속 집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신변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돼 (첫 변론기일인) 이달 14일은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헌법재판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신변안전과 경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 출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법에 따라 탄핵심판 피청구인이자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변론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다만 헌재법 52조에 따라 탄핵심판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기일을 다시 정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그대로 심리가 진행된다. 앞서 헌재는 14일을 1차 변론기일로, 16일을 2차 변론기일로 지정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신변안전을 이유로 1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은 결국 공조본이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윤 대통령 측은 헌재 변론기일 출석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내란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12월 23일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도 5일 “대통령은 적정한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8일 윤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죄 철회 등 논란이 어느 정도 정비돼 대통령이 말할 여건이 됐을 때 (헌재에) 갈 수 있다”고 했다가 이번엔 신변 안전을 이유로 헌재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사 불응에 이어 탄핵심판을 두고도 헌재 출석 조건을 계속 바꾸고 있는 셈이다.
● 野 “尹, 갈대처럼 말 바꿔”윤 대통령 측의 말 바꾸기는 ‘관저 농성’이 장기화되자 새로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조본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면 이를 핑계로 공정한 탄핵심판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헌재가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이유로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는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헌재는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며 “법치주의의 예외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법 집행에 순순히 응하는 것이 그래도 대통령다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절대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던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윤 대통령이 갈대처럼 말을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윤 대통령의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 불출석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떻다라고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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