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전 지지자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체포영장 발부부터 집행까지 모든 과정을 납득할 수 없지만, 국민이 다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체포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인류사 명(名) 재판으로 꼽히는 '솔로몬의 재판'을 소환하고 있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아기를 두고 다툼을 벌인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잘라 절반씩 가지라'고 했다는 그 이야기다. 여기서 가짜 엄마는 '절반이라도 좋다'고 말하지만, 진짜 엄마는 '저이에게 주고, 죽이지 말라'고 호소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다치면 안 된다' vs '총 맞더라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솔로몬 재판처럼 진짜 엄마는 아이를 살리고, 가짜 엄마는 아이를 죽인다"고 했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도 "민주당은 총을 맞더라도 윤 대통령을 체포해 오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불법에 의한 영장 집행이지만 유혈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수처 조사에 응한다고 했다. 누가 진짜 엄마인지 이제 온 국민들이 다 알게 됐다"고 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총을 맞더라도 하고 오라"라고 한 것과 윤 대통령을 비교한 것이다. 이날 SNS 등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 역시 "솔로몬 재판에서 누가 진짜 엄마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인가", "솔로몬의 재판을 보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보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공수처의 수사, 영장 청구와 집행 과정 모든 게 불법으로 굴복할 수 없다"면서도 "더 저항하면 경찰과 경호처, 우리 청년들끼리 무력 충돌해 유혈사태가 우려되기에 (수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하셨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