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소득 계층에 속하는 노인을 위한 노인 주거 서비스 확대가 필요합니다."
하성규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4일 '초고령사회, 노인주거 길을 묻다' 정책 토론회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노인 주택은 있지만 중산층 고령자가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 웰에이징 기반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거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부동산원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노인주거의 핵심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발주체 등 세밀히 고민해야"
'노인과 노인 주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하 교수는 "노인에게 주택은 보이는 물리적 실체이지만 안전, 건강, 사회보장, 사회적 관계 등 사회경제적 정책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닌다"며 "다른 집단에 비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웃 사람과 많은 유대관계,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 등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하 교수는 "노인 주거프로그램을 만들 때 직주근접형 노동 기회 제공, 저렴 주택 공급, 안전사고를 줄이는 계획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주거의 형태, 개발주체, 소유 형태 등도 세밀히 고민해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조성하는 노인 주거는 대부분 공동주거 형태"라며 "토지가격, 경비 감소 등의 부분에서 비용 편익이 뛰어날 수 있지만 노인 개인에게 합당한 주거 형태인지 고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어떤 형태가 최고의 노인 주택이라는 게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AIP에서 AIC로 주거인식 전환"
'초고령사회, 노인주거 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주거를 자산과 소득에 따라 분석해 보니 점유 형태 측면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하위 자산 20% 노인은 자가 주택이 7.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자산 1분위 50% 이상이 보증금 월세에 살고 있는 만큼 다른 차별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AIP(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노년기 어디서 살 것인가의 관심에서 시작됐다"며 "인구구조 변화로 가구원 수가 축소되고, 가정에서 무급으로 제공되던 돌봄노동 인력이 서비스되면서 노인 문제로 복합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P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노인에게 부합되지 않는 환경인데 집이라는 이유로 이동성이 제약되면 집이 감옥이 될 수 있다"며 "AIP 정책 목표를 추구하려면 좀 더 큰 범위의 복지정책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은 'AIP에서 AIC(에이징 인 커뮤니티)로의 주거인식 전환'을 주제로 발제하며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흐름을 봐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핵가족화됐기 때문에 AIP만으로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자원과 연계하지 않으면 노인주거를 유지하기 불가능하고, 관리비 저비용 구조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