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퍼블릭’은 지지율 바탕 국정운영 전략
지지율 급락, 정권 재창출 실패한 朴-文-尹
이유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잘나갈 때 독선’
협치-합리적 정책이 전임자들이 주는 교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비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앞서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언론에 보도된 지지율 조사 전수를 취합해 베이지안 방법론을 적용해 각 조사 업체의 고유한 경향성(하우스 효과)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했다. 이후 변곡점 분석을 통해 이들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가장 큰 평균 변화가 일어난 시점들을 식별했다.
박 전 대통령 몰락의 직접적 계기는 이른바 ‘태블릿PC 사건’이지만 지지율상으론 이미 그보다 6개월 전인 2016년 3, 4월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이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옥새 런’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시기다. 무리하게 공천권을 행사하려 한 박 전 대통령의 독선이 자초한 탄핵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충만했던 자만심도 한몫했다.
탄핵 정국으로 보수 정당 궤멸 위기와 ‘진보 20년 집권론’ 주장 속에 집권한 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이루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퇴장했다.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의 변곡점을 분석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압승했던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 급락하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초 50% 선이 붕괴됐다. 6개월 만에 무려 30%포인트 하락이었다. 이 시기 이념적 교조주의의 색채가 짙게 밴 ‘적폐청산’에 매몰한 결과다.40%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20년 4월 총선 압승으로 60%대를 회복했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됐다. 조국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거둔 압도적인 총선 승리에 도취된 문 전 대통령이 무리한 검찰개혁이라는 또 다른 독선에 빠진 것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이 극에 달했고, 이로 인해 윤 총장은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반면에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다. 역설적이지만 두 번의 선거 승리가 오히려 문 전 대통령에게 독이 됐다.
윤 전 대통령 몰락의 시작도 비슷했다. 첫 번째 변곡점은 임기 시작 후 불과 2개월 만인 2022년 7월 1주 차였는데 임기 초반 50%를 돌파했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갔다.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천 개혁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자 대선 승리와 6·1 지방선거 압승의 달콤함에 도취된 나머지 당 윤리위원회를 앞세워 이른바 ‘성상납 의혹’에 휩싸인 이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내린 시점이다. 그것도 의혹 자체에 대한 판단은 회피한 채 ‘증거인멸 교사 의혹’,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모호한 이유를 징계 사유로 삼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으로 조기에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다른 한 번의 변곡점은 2024년 4월 1주 차였다. 역대급 총선 패배로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이다. 이 역시 교만과 독선의 산물이었다. ‘청담동 술자리 허위 폭로’ 등 민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지지율이 반짝 회복세를 보이자 윤 전 대통령은 4·10 총선을 앞두고 ‘의정 갈등’으로 대표되는 독불장군식 독선에 빠지며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이후 지지율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야당의 ‘줄탄핵’에 여당 의원들의 각자도생이 이어졌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어이없는 선택으로 몰락했다. 세 전임 대통령의 지지율 변곡점이 이 대통령에게 던지는 교훈은 명료하다. 잘나갈 때 독선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합리적, 중도지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 임기 첫 두 달 여권에는 긍정, 부정의 시그널이 혼재됐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비교적 균형 잡힌 대미관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는 ‘국힘 해산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독이 된 ‘적폐청산’과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더 센 2차 상법 개정안, 법인세·증권 거래세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요건 완화 등 이견이 큰 법안과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독선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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