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에 예외…” 검찰이 키운 金 특권의식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조언자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걸 결정적으로 보여준 게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였다.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죄와 외환죄를 제외하곤 불소추 특권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 부인은 일반 국민과 똑같다. 의혹이 제기되면 대통령 부인도 일단 수사를 받고 위법이든, 무혐의이든 최종 종결되는 당연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처럼 예외 대상이었다. 수사 착수의 예외는 절차상 예외 등 더 큰 특혜로 이어졌다.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사로 진작에 견제를 받았다면 뒤따랐을 김 여사의 근신도 없던 일이 됐다.
정말 심각한 건 김 여사가 수사를 회피하거나 거부만 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김 여사에게 유리하도록 수사 지휘 체계까지 바꾼 것이다. 대통령의 결재 없이 불가능한 조치다. 대표적인 것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상계엄 7개월 전인 지난해 5월 갑자기 교체한 인사였다. 새 지휘부는 검찰총장 몰래 경호처 건물에서 김 여사를 방문 조사한 뒤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반발했는데, 김 여사 입장에선 서울중앙지검을 사실상 변호인단처럼 활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를 위한 검찰의 ‘고의적 수사 실패’나 마찬가지였다.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3번이나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했다. 주로 결혼 전 의혹이라거나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계엄 이후 조기 정권교체가 되면서 김 여사는 이제 주가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명품 수수, 각종 인사 및 공천 개입 등 최소 16가지 의혹으로 수사받는 처지가 됐다. 수사 대상이 김 여사 부부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모친, 모친의 동업자, 김 여사의 오빠, 그 오빠의 장모 등으로 사실상 ‘김건희 패밀리’로 확대됐다. 의혹 구도 역시 누가 봐도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
실세를 감시 못 하는 수사기관, 필요 없다
김건희 특검의 출석 요구를 김 여사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6일 수사기관의 포토 라인에 처음으로 서게 된다. 그동안 김 여사의 행태는 현 야당의 잇단 선거 참패는 물론이고 계엄의 트리거였다는 해석까지 있다. 적어도 남편이 대통령당선인 신분일 때, 아무리 늦어도 검찰 수사 라인을 교체하기 전에라도 수사를 자청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잃고 특권을 당연시한 김 여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김건희 패밀리’의 특권의식을 키우고, 방조한 건 검찰이었다.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검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시중에 상당히 알려진 이들의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실세 감시와 수사를 제때 제대로 하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필요하다면 수사기관끼리 이중 삼중으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향후 수사기관 개편의 핵심이어야 하는 이유다.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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