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거래만 하고 산업은 없다”…크립토 강국의 불편한 현실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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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거래만 하고 산업은 없다”…크립토 강국의 불편한 현실 [기자24시]

업데이트 : 2026.05.21 11:39 닫기

지니어스법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이다. <AFP연합뉴스>

지니어스법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이다. <AFP연합뉴스>

안 되는 거 빼고 다 됐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호텔 가는 택시, 그리고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 한 잔까지 모두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 코인거래소에 입금한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으로 바꿔 크립토 카드로 보내 썼다.

될지 안될지 고민하지 않았다. 어떤 앱을 쓰면 더 편할지, 어떤 카드를 쓰면 더 혜택이 좋을지, 어떤 코인이 수수료가 저렴할 지 고민했다.

마이애미에서 많은 인터뷰를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들은 한국을 최고의 크립토 국가라고 추켜 세웠다.

다만 잘 들어보면 뼈가 있다. 한국은 최고의 마켓이지만 산업은 없다. 그들은 한국 시장에 코인을 상장하고 싶어한다. 사업을 해볼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 되는 건 크립토 거래뿐이란 걸 잘 안다. 수많은 미팅은 혀끝에 씁쓸함을 남겼다.

크립토는 어원을 살펴보면 괴상하다는 뜻에서 시작했다. 기존의 금융체계와 별개로 괴짜들의 컴퓨터 장난감처럼 시작해 탈중앙화를 외치던 크립토는 그 어원과 무척이나 어울린다.

하지만 지금 크립토라는 단어에서 괴상함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크립토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잡코인으로 가득했던 건 이미 너무 옛날이다.

블랙록과 JP모건이 왔고 비자와 마스터가 뛰어들었다. 마이애미 컨센서스 행사장엔 모두가 정장을 입고 금융을 얘기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이제 없다.

미국은 기존의 결제망을 블록체인으로 뜯어고쳐 더 빠르고 세심하게 전세계의 금융망에 침투할 준비를 마쳤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같은 매력적인 자산들을 토큰화해 전세계에 세일즈 할 구상이다.

되는 거 빼고 다 안 되는 한국은 그들에게 일방적인 유동성 출구로 인식된다. 케이팝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매력적인 자산을 두고도 우리껀 안 팔고 남의 것 사기만 하겠다는 고마운 세계인의 친구다.

고민만 가득 앉고 귀국했다. 글로벌 금융에 아직 한국의 자리가 있을까. 다행히 최근 국내 금융사와 블록체인 기업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쏟아진다. 현장에선 방향성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남은건 법과 정책이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바뀌는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가속이 필요하다.

[최근도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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