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자!” 무비자에 中 관광객 몰리나…변수는[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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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단체관광객 '무비자' 효과, 전망
관광·마이스업계 관계자 대상 설문
90% "양국 관광, 마이스 최대 호재"
제주 외 지방 도시 방문 늘어날 것
中 경기침체 포상관광 회복은 주춤
10월 APEC정상회의 '분수령' 기대
탄핵시위에 중국인 참여 음모론 등
반중·반한 감...

  • 등록 2025-03-26 오전 6:00:00

    수정 2025-03-26 오전 6:23:13

방한 중국인 관광객 현황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올 3분기 중 방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입국비자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정부 계획에 한중 양국 관광·마이스 업계의 기대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무비자 입국 허용이 한국 여행 수요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최근 한중 양국의 대내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입국비자 면제가 호재인 건 맞지만, 효과를 속단하기엔 여전히 많은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더 벨트(The BeLT)는 지난 20일 정부 발표 이후 한중 양국 관련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허용이 관광·마이스 시장에 미칠 효과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4일까지 닷새 동안 익명 보도를 전제로 전화와 이메일, SNS 메신저를 통해 일대일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에는 양국 관광·마이스 업계와 학계 관계자 23명(한국 13명·중국 10명)이 참여했다.

中 단체 관광객 지방 도시여행 늘어날 것

지난해 8월 방한한 중국 광둥성 소재 바이오 전문회사 안가정심그룹 1030명 포상관광단이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진행한 치맥(치킨+맥주)파티. (사진=한국관광공사)
정부는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에서 진행된 관광 분야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공식화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미치지 못한 방한 외래 관광시장의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처방이자, 지난해 11월 중국의 선제적인 무비자 입국 허용에 대한 상응 조치다. 국가 간에는 서로 동일한 조건과 기준을 적용하는 ‘비자 상호주의’가 관습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취재에 응한 업계와 학계 관계자 중 90% 이상은 중국에 이은 한국 정부의 비자 면제 조치를 양국 관광·마이스 시장의 ‘역대 최대 호재’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48%는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급의 정치·외교 갈등만 없다면, 역대 가장 많은 806만 명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한 2016년 기록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봤다. 중국 상하이 소재 아웃바운드 전문 여행사 대표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65세 이상 장년 부유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단거리 장기 여행 수요를 잡으려면 일본처럼 체류 허용 기간을 최소 30일 이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8월 방한한 중국 광둥성 소재 바이오 전문회사 안가정심그룹 1030명 포상관광단이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진행한 치맥(치킨+맥주)파티 축하공연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중국 내에서 한국 여행이 본격화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28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넉 달간 한시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서 15일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했다. 2002년 무사증 제도를 도입한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비자로 입국해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응답자의 70%는 입국비자 면제로 중국인의 지방 도시 여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중국 전담여행사 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가 제주도를 즐겨 찾는 이유는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공항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중국인 단체 방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한국 내 ‘정세 불안’, 중국인 탄핵 집회 참여 의혹으로 격화한 양국 내 ‘반한·반중 감정’은 무비자 효과를 반감시킬 변수로 봤다. 중국 측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탄핵 찬반 시위에 중국인에 대한 음모론까지 더해지면서 ‘한국보다 일본이 더 안전하고 친절한 곳’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가의 4분의 1 수준인 10만 원대까지 떨어진 ‘저가(低價) 상품’도 한국 여행 인기와 수요를 갉아먹을 변수로 지목했다. 최근 승선료나 항공료만 내면 되는 저가 여행 상품이 다시 판을 치면서 한국을 돈 없는 사람만 가는 저렴한 여행지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 여행사 대표는 “저가 상품을 만드는 중국 여행사도 문제지만, 그렇게 모인 단체를 받는 한국 여행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PEC 무비자 효과 극대화 분수령 기대

방한 중국인 기업회의·포상관광단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비자 면제 조치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됐던 포상관광 분야는 응답자의 65%가 수요 증가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보다 중국 현지에서 방한 포상관광 수요 회복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21년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그룹 파산으로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가 아직도 진행형인 데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갈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경기 침체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광저우 소재 여행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실적이 준 상황에서 경영진이 영업 활동과 성과 보상을 위한 포상관광 프로그램에 지갑을 선뜻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비용이 저렴한 선박을 이용하거나 수백 명 단위 중소 규모로 단체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단체여행과 포상관광 주요 수요처였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도시 외에 창사, 충칭, 청두, 우한, 시안 등 2선, 3선 도시로 방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지역 관광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한국 여행의 패턴이 개별 자유여행으로 바뀐 1선 도시와 달리 2선, 3선 내륙 도시는 여전히 단체 수요가 높은 곳들”이라며 “지역에 따라 개별과 단체로 마케팅 전략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한중 양국의 무비자 효과를 극대화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APEC에 맞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해 양국 정상이 만날 경우 여러 복잡다단한 변수들로 꽉 막힌 관광·마이스 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한중 관광·마이스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한 중국 전담 여행사 대표는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한 한한령이 2년 전 해제됐지만, 중국 현지에선 대규모 단체 방한에 여전히 정부 눈치와 반응을 살피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며 “중국 포상관광단의 리드 타임(준비 기간)이 2개월 내외로 짧은 만큼 한중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 과거 아오란, 중마이와 같은 대형 포상관광단 방한도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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