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만이 우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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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만이 우주에 간다

“이대로 우주에 보내면 위성영상 초점이 안 맞을 것 같습니다.” 회사의 첫 번째 위성이자 큐브위성을 개발하고 있던 어느 날, 한 직원이 임원들에게 말했다. 애써 만든 위성이 제대로 된 영상을 촬영하지 못하면 상용화는 불가능해진다. 그 직원이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공유한 덕분에 큐브위성용 자동초점조절장치를 개발해 위성에 장착했고, 우리는 작은 큐브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유럽에 판매할 수 있었다.

우주산업은 겉으로 보면 완벽하게 계산된 기술의 집합처럼 느껴진다. 오차 하나가 수백억원짜리 위성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패의 경험 위에서 발전해온 산업이다. 스페이스X도 초기 로켓이 연이어 폭발하며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 데이터를 쌓으며 결국 재사용 로켓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다음 시도를 위한 데이터로 쌓아간 결과다.

우리 회사도 같은 원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성을 제작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가능한 한 빨리 손을 들고 공유한다. 문제를 숨기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마지막 단계에 낭패가 생길 수 있다. 드러내는 것이 더 빠른 해결로 이어지고, 팀 전체가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데는 조직 구성도 한몫한다. 10대 엔지니어부터 60대 경영진급 연구원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며 서로 다른 경험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경험은 방향을 잡아주고, 도전은 속도를 만든다. 젊은 직원이 문제를 꺼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줄 선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선배 중 한 명으로서 깨달은 것이 있다. 대표는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답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힘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의 무기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기업과 경쟁하려면 안전한 선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어렵더라도 먼저 시도해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구성원에게는 실패가 죽음과도 같은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구성원과 회사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 니체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감당한 실패의 총량이 결국 우리의 실력이 된다는 믿음도 거기서 온다.

그 환경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매일 현장에서 증명된다. 지금 개발 중인 위성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얼마나 빨리 찾아서 함께 해결하는지다. 초점이 안 맞을 것 같다고 손을 든 그 직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주개발이라는 긴 여정의 초입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빠르게 다음 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조직은 최소한의 안전망이 돼야 한다.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다음 도전이 가능하다.

우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그 길의 끝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조직만이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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