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을 체결하면서 도심 속 약 265만㎡ 부지의 활용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용산기지를 국가적 차원의 민족·역사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2007년 제정한 ‘용산공원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서 반환 부지의 ‘공원 조성 원칙’을 확정했다. 서울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도시를 상징하는 대규모 공원을 갖추는 서사가 시작된 것이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한 대규모 공원 담론은 크게 달라졌다. ‘대규모 공원으로만 조성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어떤 도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용산의 마스터플랜을 살펴보면 용산역 일대의 초고층 국제업무지구와 그 배후에 자리 잡을 광활한 평면적 녹지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띠고 있다. ‘도시 속 자연’을 구현하려는 도시공원에 관한 근대적 철학 사조에 기반한 구상이다. 하지만 용산공원 조성계획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고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는 도시의 여러 기능을 업무·상업·공원 등으로 나누고 각 기능을 엄격하게 분리하면 도시의 맥락이 단절된다는 점이다. 거대한 공원이 도심 한복판을 차지하고 그 주변을 고밀 개발이 감싸는 구조는 자칫 공원을 ‘박제된 자연’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현대의 도시공원 철학은 도시의 생태·사회·문화적 기능을 고려한 복합적 공간으로 조성해 도시와 시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공원의 질적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혼합’이 필요하다. 공원 내외에 주거와 상업 등 복합 단지를 배치하면 공원은 ‘일상의 통로’가 된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면 용산공원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누리는 진정한 민주적 공동체 공간이 될 수 있다.
둘째, 도시 비평가 제인 제이콥스는 “도심이나 외곽의 대규모 공원은 장시간 이동이 필요해 접근성이 낮아지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인파가 몰려 혼잡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주변과 단절된 죽은 공간이 될 수 있다고도 비판한다. 공원은 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주변 상점과 주거, 학교, 거리 활동에 연결돼야 하고, ‘거리의 눈’으로 자연스러운 감시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5~10분 이내에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근린공원의 확충이 필요하다. 용산공원 일부를 복합 용도로 개발한 이익을 근린공원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면 아직도 낮은 서울의 공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뉴욕과 스웨덴 스톡홀름 등 대도시는 ‘10분 내 공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용산공원법’의 ‘공원’이라는 좁은 정의를 ‘공동체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 용산공원이 ‘분리된 녹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다양성과 활력이 넘치는 유기적 도시’의 심장이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주거 기능을 포함한 복합개발과 근린공원 확충이라는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에 달려 있다.

6 hours ago
1

![[한경에세이]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만이 우주에 간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중국의 피지컬 AI가 몰려온다[생생확대경]](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전처 살해 후 시신 유기 시도한 60대 구속…法 "도망 염려" [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ZN.43811686.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