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최악에…지난해 도소매 폐업자 사상최다
정부, 민생회복지원금 16조 빚탕감 속도있게 추진
서울 강서구에서 8년 넘게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해온 김 모씨(48). 온라인 쇼핑 확산과 떨어질 줄 모르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김씨는 “인건비 탓에 직원 없이 매장을 운영해왔다. 폐업 후에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4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가게 문을 닫은 개인·법인 사업자 수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2024년 개인·법인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100만8282명으로 전년 98만6487명 대비 2만1795명 증가했다.
음식점, 카페, 치킨가게, 분식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포진한 사업장들에서 폐업 신고가 줄을 이었다. 전체 52개 업종 중 소매업과 음식점 폐업자가 각각 30%와 15.2%를 차지해 절반에 가까웠다.
자영업 줄폐업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금리·고물가는 소비 위축과 자영업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그 결과 자영업자들은 더 많은 빚에 내몰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금융회사에 다중채무를 지고 있으면서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12.24%까지 치솟았다. 작년 1분기 말 9.83%와 비교하면 1년 새 2.41%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처음으로 1만원으로 돌파한 최저임금 상승도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부추겼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외환위기나 코로나 때보다도 더 심한 경기 불황으로 역대급 위기에 처해 있다”며 “38년간 최저임금이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올라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신속히 타개하기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경제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 국민에게 15만~55만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연체 대출 16조원을 탕감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추경은 매우 어려운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긴급하게 편성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