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2개국 관세율 7일 서한”… 주말 막판 협상 거센 압박

4 hours ago 3

[한미 관세 협상]
서한 시점 계속 바꿔 모호한 태도… 불확실성 키워 유리한 협상 전략
“금액-관세율-내용 나라마다 달라”
美매체 “韓, 급하게 협상안 마련중”

감세법안 의사봉 두드리는 트럼프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규모 감세, 불법 이민 차단, 정부 부채한도 상향 등의 의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서명한 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선물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감세법안 의사봉 두드리는 트럼프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규모 감세, 불법 이민 차단, 정부 부채한도 상향 등의 의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서명한 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선물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개국에 상호관세율 등이 적힌 서한을 7일(현지 시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8일) 전날 일부 국가를 겨냥해 관세 폭탄을 물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막판까지 상대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품목별 관세율을 올릴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한국 정부는 25%의 자동차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미국과 협상 중인 만큼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무역협상이 주말 동안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 관세 수준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관세율 60∼70% 될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상호관세율 등이 적힌 서한에 이미 서명했다며 “월요일(7일)에 12개국 정도에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한에 적힌) 금액, 관세율, 내용 등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어느 나라에 서한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엔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4일) 10∼12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서한을 보낼 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일단 서한 발송 시점을 주말 이후인 7일로 미룬 것. 주말 동안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협상을 지켜본 뒤 서한 발송 여부나 내용 등을 확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주말에 자국과 협상 중인 각국 정부들을 향해 최대한 성의 있는 제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서한 발송 시점 등을 계속 바꿔가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확실성을 키운 뒤 협상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란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미국 측 ‘통상 협상 사령탑’으로 여겨지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관세 유예를 노동절(매해 9월 첫 번째 월요일·올해는 9월 1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발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며 관세 서한을 당장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이달 4일로 그 시점을 못 박았다가 7일로 다시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관세 부과는 다음 달 1일부터 하겠다면서 관세율 범위는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4월 2일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韓 등 급하게 협상안 마련 중”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계속 높게 유지할 의지가 강함을 시사했다.

그는 자동차에 평균 25%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따로 거론하며 “목재, 철강, 알루미늄 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최종 관세의 15∼20% 정도만 현재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등에 부과 중인 품목별 관세에 만족감을 드러낸 동시에,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세 부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5일 백악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주요 성과를 홍보하면서 관세 징수를 핵심 항목으로 내세웠다. 특히 백악관은 글로벌 상호관세를 책정한 날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로 명명한 4월 2일 이후 신규 관세로만 815억 달러(약 111조 원)를 징수했다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4일 트럼프 행정부의 서한 압박 이후 한국, 태국 등 여러 무역 상대국들이 “급하게 협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과 관세 협상을 상대적으로 일찍 시작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일본과 인도는 최근 관련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6일 NHK 프로그램에서 “동맹국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해 일방적인 양보는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장관도 4일 “시간 압박을 받으며 무역협정을 논의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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