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형모듈원전 사업, 글로벌 진출로 위험 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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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스케일 사례로 보는 SMR 교훈
장밋빛 전망 가득하지만 장벽 높아
현실적인 비용 산정, 리스크 관리 필수
다양한 활용도와 사업 모델 발굴해야

챗GPT를 하루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은 일반 가정 1만7000가구가 하루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GPT-4를 한 번 훈련시키는 데는 소형 도시가 한 달간 쓸 전력이 필요하다. 이렇듯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지자 그 해결책으로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SMR)이 떠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까지 SMR 시장이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SMR의 현실은 아직 냉혹하다. 첫째,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하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기 때문에 소형화를 위해 새로운 냉각재, 연료, 안전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규제 인허가의 벽이 높다. 원자력 기술은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승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셋째,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SMR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낮은 초기 투자비용인데 실제로는 단위당 발전비용(LCOE)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높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SMR 시장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파워(뉴스케일)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와 전략은 이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뉴스케일의 실패와 재기에서 엿볼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1호(420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첫 상업화 프로젝트의 경제성 상실

뉴스케일은 2020년 8월 28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세계 최초로 SMR 설계 승인을 받으며 ‘SMR 업계의 테슬라’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이 독립해 설립한 이 회사는 SMR 개발을 주도하며 2021년 상장 시점에 기업가치 19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2023년 11월 8일 큰 좌절을 겪었다. 첫 번째 상업 프로젝트였던 유타발전소(UAMPS) 프로젝트가 전격 취소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462MW(메가와트)급 SMR을 건설하는 계획으로 2029년 운전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예상 건설비가 kW(킬로와트)당 3600달러에서 9300달러로 2.6배나 폭등하면서 총 프로젝트 비용이 당초 53억 달러에서 138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자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던 36개 지방 전력회사 중 8개사가 탈퇴했고, 투자자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결국 UAMPS는 ‘경제적 타당성 상실’을 이유로 프로젝트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다. 첫째, 최초 상용화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 신기술의 첫 번째 상용화 프로젝트는 항상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뉴스케일은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낙관적으로만 계획을 세웠다. 둘째, 규제 체계가 미비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므로 새로운 규제 기준이 필요했다. 하지만 NRC의 규제 체계는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설계 변경과 승인 지연이 반복됐다. 셋째, 시장 수요 예측이 실패했다. 뉴스케일은 지방 전력회사들이 탄소중립 압박으로 SMR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SMR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넷째, 파트너들과의 리스크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UAMPS 프로젝트에서 뉴스케일은 기술 공급만 했을 뿐 파트너들과 건설 리스크나 운영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지 않았다. 결국 비용이 증가하자 이를 떠안게 된 파트너들이 프로젝트에서 이탈했다.

● 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재기 모색

하지만 뉴스케일은 좌절 후 더 강력한 전략으로 돌아왔다. 기술적으로는 모듈 수를 조절할 수 있는 더 유연한 설계를 도입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췄다. 활용 분야도 다각화했다. 단순한 발전 용도를 넘어 산업용 열 공급,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도를 고객들에게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제철소 같은 대용량 전력 수요처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회사의 글로벌 현지화 전략이었다. 미국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루마니아에서는 2029년 첫 SMR 건설을 목표로 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폴란드와는 최대 2.4GW(기가와트) 규모의 SMR 단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본 및 한국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 결과 뉴스케일 주가는 2024년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다.

뉴스케일 사례가 SMR 산업 전체에 준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현실적인 비용 산정과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신기술의 상용화에는 항상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충분한 여유를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과 규제 정비가 동시에 진행돼야 불필요한 설계 변경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야 한다. 전통적인 전력회사만을 고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 수요처나 다목적 활용 방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한 국가의 규제나 시장 상황에만 의존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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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kimsw@draju.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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