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 강타한 텍사스
45분만에 강 수위 8m 상승
교회캠프 참가 학생들 봉변
최소 15명 사망·27명 실종
미국 텍사스주 내륙 지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고 교회 여름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대거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집계된 어린이 사망자만 15명으로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염려된다.
텍사스주 인근 멕시코만(미국명 미국만)의 높은 수온과 갑작스러운 홍수가 쉽게 발생하는 지형적 특성, 위기 대응 체계 실패까지 겹쳐 발생한 비극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서 전날 발생한 홍수로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최소 43명이 사망했고, 인근 카운티에서도 적어도 8명이 사망했다.
한 기독교 단체가 개최한 여름 캠프 ‘캠프 미스틱’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중 27명의 행방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헬리콥터와 보트, 드론 등을 동원한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당국은 향후 며칠간 추가 폭우와 급류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지금까지 850여 명의 인원을 구조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간 상태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NWS)은 “이 지역에 추가 폭우와 급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날까지 일부 지역에 3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앞으로 시간당 150㎜에 이르는 강우가 더 쏟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사고 당시 이 지역은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캠핑을 즐기던 인파로 붐볐다. 특히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인근 여름 캠프 ‘캠프 미스틱’에 참가 중이어서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 한때 약 750명의 여자 어린이가 폭우에 갇히기도 했다.
전날 이 지역에는 최소 250㎜의 폭우가 내린 후 캠프장이 있던 과달루페강 유속이 빨라지고 물이 범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예보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기상학자들은 몇 달치 비가 단 몇 시간 만에 내렸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커 카운티에는 4일 오전 1시 14분 미국 국립기상청이 돌발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커 카운티의 과달루페강 수위가 45분 만에 약 8m 상승하는 등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커 카운티 커빌의 조 헤링 시장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한밤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과달루페강에 3조갤런(약 11조3600억ℓ)이 흘러들었다”면서 “이는 미국에서 1년 동안 사용되는 물의 양 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달 반 동안 흐르는 물의 양과 같다”고 분석했다.
지역 정치권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양새다.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주·공화당)은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수 있는 홍수”라며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한 비난과 서로에 대한 책임 전가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 카운티의 선출직 공무원 중 최고위 인사인 롭 켈리 판사는 “비가 많이 올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과거 토네이도 대응처럼 사이렌 경보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각됐다”고 해명했다.
과달루페강 인근 친구 집에 머물던 한 시민은 “잠에서 깨 보니 방 안에 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다”며 “그제야 휴대폰이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네이도 경보처럼 실시간 대피 방송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상예보 업체 어큐웨더의 조너선 포터 대표는 성명에서 “돌발 홍수는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주민과 기관이 긴급경보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보 체계 미숙뿐만 아니라 이번 폭우도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 증가 및 해수면 온도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비가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내리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구 온난화로 텍사스의 치명적인 홍수를 일으킨 것과 비슷한 엄청난 폭우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연방 당국이 주 및 지역 당국과 협력 중”이라며 연방 정부가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강조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비가 얼마나 내릴지 미리 예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기상 예보 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