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평온하던 의왕시 내손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중년 부부의 안타까운 사망과 함께 주변 이웃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특히 불길이 직접적으로 치솟은 14층 바로 위층 주민들은 신체적 부상보다 더 큰 정신적·재산적 충격에 직면해 있다.
◇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건질 것 없는 가재도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아파트 15층 거주자의 자녀라고 밝힌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의 부모님은 20년 넘게 정든 집에서 생활해 왔으나, 이번 화재로 인해 가구와 옷가지 등 모든 가재도구가 전소되거나 심하게 그을려 사용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누군가는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모님이 20년 동안 성실히 가꿔온 생활 터전이 가구, 가전은 물론 옷가지와 이불 하나 남지 않고 전소된 상황을 전했다.
이어 "60대인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시며 허망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부모님은 '신혼부부처럼 다시 시작하자'며 서로를 다독였지만, 현실적인 복구 막막함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 개별 보험 없는데 가해자는 배상 능력 상실... '보상 사각지대'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해당 글에는 위층 거주자가 개별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가재도구 등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언급됐다.
가전, 가구 등은 '가재도구 특약'이 있어야만 보상이 되며, 이마저도 보상 한도가 실제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화 원인이 된 14층 가구가 최근 경매로 넘어가 퇴거를 앞둔 힘든 상황임이 알려지면서, 위층 주민들은 피해 보상을 요구할 상대마저 마땅치 않은 현실에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의 특성상 몇 가지 현실적인 보상은 가능할 수 있다. 아파트 단체 화재보험이 의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파트는 관리비 항목을 통해 '단체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는 법적으로 가입이 의무화돼 있으며, 15층 미만이라도 관리규약에 따라 가입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불에 탄 벽면, 천장 등 건물 자체의 피해는 단체보험의 '건물 손해' 담보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가전, 가구 등은 단체보험의 '가재도구' 특약 가입 여부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진다. 다만, 단체보험의 보상 한도는 대개 실제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아 피해 전액을 보전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가구(가해자)에 배상 책임이 있다. '실화책임법'에 따라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더라도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처럼 가해 가구가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거나 사망한 경우, 승계된 재산이 없다면 현실적인 배상을 받기가 매우 힘들다.
한편 부부를 포함해 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 화재는 가스 폭발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 의왕 아파트 화재 감식…"가스 폭발 추정"
1일 경기 의왕경찰서와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감식 결과 주방 쪽 가스 밸브가 열려 있던 것을 확인했다.
이날 감식을 진행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아 가스 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부검 결과 숨진 아내는 불이 나기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30분께 이곳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 가구 거주자인 6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했고, 가구 내 화장실에서 50대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아파트 1개 동은 지상 20층, 지하 1층, 연면적 8800여㎡ 규모로 총 78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숨진 A씨 부부 외 주민 6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었다.
200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당시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인 규정이 적용돼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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