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9000만달러·약 1250억원)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US오픈 여자 단식 2연패는 2014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11년 만이다.
사발렌카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어맨다 아니시모바(9위·미국)를 2-0(6-3 7-6<7-3>)으로 꺾었다. 이날 우승으로 사발렌카는 앞서 두 번의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설욕하며 우승 상금 500만달러(약 69억4000만원)를 품에 안았다.
왼쪽 팔뚝에 새긴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키 182㎝의 사발레나는 힘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시속 190㎞대 강한 서브와 포핸드로 상대를 압박하고, 득점 뒤에는 큰 소리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감정 기복도 크다. 지난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는 매디슨 키스(미국)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라켓을 의자에 내리쳐 박살 냈다.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서며 사발렌카는 “올 시즌 일어난 모든 일을 돌아보고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결승전이 열린 아서애시스타디움에는 미국인인 아니시모바를 응원하는 관중으로 가득했다. 아니시모바는 윔블던 4강전에서 그에게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발렌카는 동요하지 않았다. 2001년생 아니시모바의 강공에 침착한 수비로 맞섰다. 실책을 남발(29개)한 아니시모바와 달리 15개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그는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100승 달성과 함께 2023년과 2024년 호주오픈, 작년과 올해 US오픈까지 ‘하드코트의 여왕’임을 증명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사발렌카는 “지난 두 번의 결승전에서처럼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며 “우승을 놓칠뻔한 위기가 몇 번 있었지만 ‘계속 집중하고 계속 도전하자’고 끊임없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오늘 내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아니시모바를 위로하는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결승전에서 패배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하지만 저를 믿으세요. 지금 겪는 아픔이 있기에 곧 있을 당신의 우승을 더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