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치매 예측”… 초고령사회 ‘웰에이징’ 선도 캠퍼스로

6 hours ago 2

조선대, ‘웰에이징’ 미래 비전 설정
산학 협력 ‘치매코호트연구단’ 운영
美 국립보건원서 174억 연구비 유치… 노인 질환 데이터 아시아 최다 보유
‘총괄총장제’ 도입해 통합 인재 양성… 광주시와 2400억 실증캠퍼스 추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 캠퍼스. 조선대는 ‘웰에이징’을 미래 비전으로 설정하고 지역 맞춤형 신산업과 융합 인재를 양성해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대응의 선도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선대 제공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 캠퍼스. 조선대는 ‘웰에이징’을 미래 비전으로 설정하고 지역 맞춤형 신산업과 융합 인재를 양성해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대응의 선도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선대 제공
9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 바이오메디컬융합연구관 4층에 자리한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단장 이건호 의생명과학과 교수). 연구단 핵심 시설인 바이오뱅크에는 현재 100만 개 이상의 혈액 샘플이 보관돼 있다. 샘플은 조선대병원에서 무료 치매 정밀검진을 받은 피검자의 혈액 일부를 정제한 것으로, 영하 195도의 극초저온 질소탱크에 보관돼 있다.

● AI로 치매 유발 원인 예측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치매 조기 예측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국책연구사업단이다. 조선대는 보건복지부 주관 ‘연구 중심 병원 육성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선정돼 세브란스병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민간기업 등과 함께 치매 융합 연구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연구 중이다. 연구 책임자인 하정민 핵의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과 민간기업 등이 참여해 2030년까지 8년여에 걸쳐 치매 조기 진단·치료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확보된 혈액검체 시료를 분석해 치매 유발 유전인자를 규명하고, 새로운 조기진단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찾아 혈액 한 방울로 치매를 조기에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단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정상인 집단과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검사를 통해 한국인 표준 뇌지도 및 뇌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치매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인 타우 병증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인지기능검사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174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유치하며 국제적 실효성을 입증했다.

● 2만2000명 장기 추적 데이터 보유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바이오정제실에서 연구원이 치매 조기 예측 기술 개발을 위해 혈액 검체를 분석하고 있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바이오정제실에서 연구원이 치매 조기 예측 기술 개발을 위해 혈액 검체를 분석하고 있다. 조선대 제공
한국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전남의 고령화율은 29.7%, 광주는 17.6%로 전국 평균(18.6%)을 웃돈다. 호남의 대표 사학인 조선대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활기차며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을 미래 비전으로 설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해법을 웰에이징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조선대는 웰에이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빅데이터 자산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 정밀의료 데이터의 경우 13년간 축적된 2만2000명 규모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분야는 세계 4위, 아시아 1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첨단 신약 개발용 펩타이드 데이터는 무려 800종, 국제 특허 35건을 포함한 총 106건의 특허를 보유해 신약 개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강 미생물 데이터는 217종, 2700건 규모로 국가 병원체자원은행에 지정됐다. 해조류 유전체 데이터의 경우 세계 최초로 180종, 2400여 점을 구축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39건이 등록됐다.

조선대는 바이오메디, 에이징테크, 라이프케어 등 3대 특성화 대학을 중심으로 학문 간 장벽을 허무는 문제 해결 중심의 개방형 교육체계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전공 중심 교육을 벗어나 융합과 전공이 균형을 이루는 혁신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들 특성화 대학은 웰에이징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다양한 전공과 관심사를 융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교육과정은 융합전공(36학점), 부전공(21학점), 마이크로디그리(12학점), 나노디그리(9학점) 등 학생이 스스로 설계 가능한 맞춤형 학위 이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헬스를 전공하는 학생이 고령 친화 주거설계나 지역 돌봄정책 같은 모듈을 선택해 학제 간 융합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웰에이징 융합 혁신 모델은 단지 학문적 이상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실증모델을 통해 지역사회의 삶을 개선하고 글로벌 고령사회에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초고령사회 웰에이징 인재 양성·지원

조선대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하는 ‘총괄총장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각 대학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총괄총장제는 법인 이사장이 임명한 총괄총장이 전체 대학의 운영 방향을 조정하고 이끈다. 학교 법인 산하 대학의 고유한 강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문학사부터 박사과정까지 연계되는 전 주기 인재 양성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위해 조선간호대, 조선이공대와 단계적인 통합을 추진한다. 조선간호대와는 2027년까지 통합해 국내 3위 규모의 간호대학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AI 기반 보건의료 산업으로 확장되는 미래 시장에서 조선대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선이공대는 호남 유일의 공학계열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실무 중심의 공학 기반 교육을 통해 에이징테크 산업화 인재 양성에 앞장선다.

웰에이징 클러스터 글로벌 전략도 추진한다. 교육·연구·산업의 삼각축을 세계 무대로 확장하기 위해 베트남, 몽골의 해외거점 센터와 중국 원저우에 신설 예정인 센터를 활용한다. 단순한 유학생 유치 공간이 아니라 외국인 선학점 이수 과정인 ‘웰에이징 프리스쿨’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통합 유학생 모델로 만들 방침이다.

조선대는 미국 보스턴대 의과대학과 상호 연구소를 설치해 글로벌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 고령화 신흥시장을 전략적 진출지로 정하고, 실질적인 국제 협력 기반의 연구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자회사를 설립해 조선대가 광주에서 실증한 ‘웰에이징 클러스터 모델’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자치단체와의 상생 협력도 눈에 띈다. 조선대는 광주시와 치매·고령친화 산업 실증 연구, 광주형 의료복지 플랫폼 공동 개발, 지역 의료관광 모델 구상 등 다양한 현장 중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치매 예방 솔루션 실증사업을 통해 보건복지 현장에서 실제 데이터를 축적해 온 강점을 갖고 있다. 조선대와 광주시는 글로컬대학 추진을 위해 총 24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재원은 웰에이징 실증캠퍼스 조성, 의료·돌봄·헬스테크 융합 시범지 운영, 데이터 기반 시민 맞춤형 공공정책 개발 등 지역 밀착형 혁신 사업과 글로벌 산업 활성화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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