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볼 나이에 직접 아이를 품은 한국 초고령 산모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폐경 12년 만에 기적처럼 쌍둥이를 출산한 58세 여성. 그녀가 밝힌 임신 성공의 비밀은 놀랍게도 '밥상의 변화'와 '꾸준한 운동'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STORY '화성인이지만 괜찮아'에는 58세에 첫 출산을 경험한 박미순(71) 씨가 출연해 임신할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했다.
박 씨는 1985년, 31세의 나이에 세 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꿈일 정도로 아이를 원한 박씨는 10년 동안 시험관 시술에 도전했지만 끝내 성과가 없었고, 45세에 폐경을 맞으며 엄마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12년 뒤 다시 생리가 시작되자 다시 임신에 도전했다. 유명 난임 전문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지만, 산부인과에서는 기초 검사조차 거절당했다. 박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식의 반응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좌절 대신 박 씨가 택한 길은 몸을 철저히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한의원을 다니며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튀김, 돼지고기, 치킨, 커피, 밀가루 음식을 끊고 현미와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교체했다.
또 집 근처 저수지를 하루 1시간 반에서 2시간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년간 꾸준히 걸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병원에서 '자궁 나이 38세'라는 진단을 받았고, 결국 시험관 시술 첫 시도에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다. 2012년 9월 태어난 두 아기는 각각 2.23kg, 2.63kg의 건강한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고, 박 씨는 국내 최고령 산모 출산 기록을 세우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초고령 임신 사례는 해외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햄프셔주의 고등학교 육상 코치 바버라 히긴스(57)는 2021년 뇌종양을 이겨내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체외수정(IVF)으로 아들을 출산했다. 그는 "무모한 결정이 아니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디아타임스, 잼프레스 등 매체에 따르면 인도 구자라트 지역의 지분벤 라바리(70)는 결혼 45년 만에 남편 몰드하리(75)와의 사이에서 첫 아들을 얻었다. 이미 폐경을 겪은 라바리는 수십 년간 아이를 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다. 라바리는 "내 나이를 증명할 신분증은 없지만 70세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산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 탓에 자연분만은 어려워 제왕절개로 출산했고, 담당 의사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희귀한 사례"라고 전했다.
국내외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세 여성 모두 첨단 보조생식술의 힘을 빌렸다. 자연 임신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시험관 아기(IVF), 호르몬 요법, 난자 기증 등 의료 기술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러나 의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박 씨가 식습관을 바꾸고 매일 저수지 길을 걸었던 것처럼, 히긴스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관리했고, 라바리 부부는 수십 년간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다니며 아이를 향한 의지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였다. 박 씨는 불가능을 외친 의료진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았고, 히긴스는 딸을 잃은 뒤 다시 아이를 갖겠다는 열망으로 IVF에 도전했으며, 라바리 역시 의사들의 만류에도 출산을 결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보조생식술이라는 과학의 도움과 생활습관 관리, 그리고 강한 의지가 맞물려야 초고령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주의점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5세 미만 여성의 시험관 시술 성공률은 55%에 달하지만, 40세 이상에서는 8.2%로 크게 떨어진다. 합병증 위험 역시 나이가 많을수록 높다.
당시 박씨를 담당한 김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박 씨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로 신체 상태를 30대 수준으로 되돌린 모범적인 사례"라며 "거의 마지막 난자로 임신에 성공한 행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