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 2차집행 초읽기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우선”
경찰과 협조 강경대응 나설듯
실패 땐 구속영장 청구 검토
경호처 지휘부 출석요구 불응
경찰, 현장서 체포 가능성도
野 ‘대통령 도피 의혹’ 제기에
윤갑근 “전날도 관저서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으면서 영장 재집행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1차 집행 당시 대통령경호처의 저지에 막혀 실패한 만큼 2차 집행에서는 경찰과 협조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장 재청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친윤 시위대는 7일 밤부터 8일까지 다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으로 집결하면서 한남동 일대 긴장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영장 재집행이 언제 이뤄질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첫 번째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7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기간을 더 늘려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구체적인 기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에 대해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다만 영장 집행 실패 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2차 체포영장 집행이 공수처의 수사능력을 입증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집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경호처 직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가 저항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조수사본부가 2차 집행을 완수할 방안 중 하나로 ‘각개격파’ 방식이 거론된다.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하게 막는 상황인 만큼 경호처 간부부터 한 명씩 체포하는 절차를 거쳐 관저 현장의 저지선을 약화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이날 현재까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경호처 관계자는 박종준 처장,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4명이다. 이들은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입건된 경호처 간부들에게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사나흘 간격으로 재차 요구하며 강제 수사 개시를 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출석 요구에 번번이 불응하면서도 이들 경호처 지휘부는 경찰에 연락을 취해 일정 조율을 요청하거나 불출석 사유를 소명한 적도 없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통상 형사사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3번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 발부 또는 긴급체포 등 강제 수사 절차에 들어간다. 10일 오전 10시를 시한으로 통보한 3차 출석 요구에도 박 처장이 불응한다면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박 처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재시도에 나서면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뿐 아니라 영장 집행을 막는 이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처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면 경호처 지휘부부터 줄줄이 신병을 확보할 명분이 경찰에게 주어진다.
3일 공수처가 영장 집행에 나섰던 당시 경찰은 박 처장 등 경호처 책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했지만, 공수처와의 이견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당사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들고 간다면 이 같은 사례를 반복할 필요가 없어진다.
2차 영장 집행을 완수할 또 다른 방법으로는 1차 때보다 대폭 증강된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이 꼽힌다. 3일 한남동 관저에선 경호처 직원과 군인 등 200여 명이 저지선을 구축한 반면 공조본은 영장 집행에 공수처 30명, 경찰 120명 등 150명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경찰 안팎에선 2차 집행 시 경찰특공대·형사기동대를 투입하는 방안과 함께 헬기를 동원하는 안까지 거론된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는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막판까지 공수처와 경찰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 고위 관계자는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윤 대통령 측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윤갑근 변호사는 “불법 수사나 사법 절차를 묵인하거나 응하는 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이 기조에서 지금까지 공수처의 수사 진행이나 체포영장 집행에 대응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경찰 공무원, 여러 부처 직원 등이 너무나도 힘들어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분열과 갈등이 있어선 안 되고 선량한 국민과 공무원이 고생해서도 안 된다”며 “우선 기소하라는 입장이다. 아니면 사전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윤 대통령 도주설에 대해선 강도 높게 대응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이 도피했다는 질문, 제보가 나왔단 악의적 소문이 있었다”며 “일반인도 할 수 없는 일을 국회의원이 하는 통탄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있을 수 없는 거짓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신이 전날 직접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며 “이런 일이 실수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만들어진단 점에 대해 21세기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자괴감까지 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유튜브 방송 영상에서는 윤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오마이TV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날 낮 12시 53분께 경호처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3~4명과 함께 관저 입구 쪽으로 내려와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