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디지털 문화와 게임산업이 발달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의 최적지입니다.”
잭 포크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이스트포인트 서울 2025’에서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는 물론 게임회사, 결제사, 플랫폼 등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스트포인트 서울 2025는 디지털 자산과 세계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논의하는 글로벌 콘퍼런스로 한경미디어그룹과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세운 가상자산 금융기업 WLFI가 올해 처음 공동으로 개최했다. 포크먼 COO는 WLFI 공동창업자로 트럼프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포크먼 CO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국에 와서 여러 파트너사와 규제당국 관계자를 만났다”며 “한국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굉장히 미래 지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韓 공략하는 트럼프표 USD1
포크먼 COO는 WLFI가 지난 3월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USD1이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SD1은 출시 반년 만에 30억달러(약 4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기존 스테이블코인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대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크먼 COO는 “USD1은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기관과 개인 모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라며 “가맹점 결제 통합을 확대해 커피 한 잔을 사는 일상적 결제부터 글로벌 상거래까지 USD1이 자연스럽게 쓰이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개인투자자 참여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게임 보상 지급, 크리에이터 결제, 온·오프라인 상거래 통합 모델 등을 한국에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용처가 확대되며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알란 두 페이팔벤처스 파트너는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미국 국채 관리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결제, 스트리밍 결제 등 새로운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세르지오 멜로 앵커리지디지털 스테이블코인 부문 총괄은 “과거 신흥국 소매 결제 정도에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됐지만, 이제는 기관투자가의 대출, 가상자산 수탁 등에도 쓰인다”며 “5년 내 최소 10조달러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복잡한 환전 구조도 과제
국가마다 규제가 다른 것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캐럴라인 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대행은 “특정 국가의 규제에 따라 인가받은 사업자가 다른 국가에서도 별도 절차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서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3위 암호화폐 리플의 라훌 아드바니 글로벌정책 공동책임자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의 법제화 속도와 규제 내용의 차이가 커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로 묶기 어렵다”며 “각국 규제당국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화폐로 얼마나 원활하게 바꾸느냐도 해결해야 할 점으로 언급됐다. 아쇼크 벤카테스와란 마스터카드 부사장은 “아시아는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 통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환전 구조가 복잡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매입해 다시 법정화폐로 전환할지는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성/조미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