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공화 합의 예산안에 “국가 배신” 격노…‘셧다운’ 고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자택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19. [팜비치=AP/뉴시스]

“민주당이 원하는 것을 다 주지 말라. 이건 국가에 대한 배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합의해 마련했으며, 내년 3월 14일까지 적용되는 임시 예산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8일 “공화당은 현명하고 강해져야 한다”며 예산안 파기로 인한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다운·shutdown)’까지 불사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로 예산 처리 시한인 20일까지 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의 인상 유예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지난달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정부 부채는 36조 달러(약 5경4000조 원)를 넘어섰다. 이 천문학적인 부채 때문에 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 또한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를 규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은 디폴트 위기를 피하기 위해 “2025년 1월 1일까지는 부채한도 상한선 적용을 유예하되, 그 때까지는 정부 지출을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늘리자”고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거론하며 “공화당 의원들이 저지른 가장 멍청하고 무능한 일은 미국이 2025년에 부채 한도에 도달하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채 한도를 ‘단두대’에도 비유했다. ‘작은 정부’를 외치는 그는 부채 한도 증액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또 디폴트가 불가피해서 반드시 한도를 늘려야 한다면 자신의 임기가 아닌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처리하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新)실세로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 터무니없는 지출법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퇴출당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X’에 “초당적 합의를 깨면 그에 따른 후과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우방국에도 비슷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부르고 캐나다산 상품에 25%의 관세 부과까지 위협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치 혼란과 내부 분열에 처한 동맹국에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업무정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 등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