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사를 열고 ‘트럼프 계좌’ 구상을 공개했다. 정부가 태어난 아기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고, 보호자가 소유·관리하도록 한 계좌다. 계좌에 들어간 돈은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며,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추가 납부가 가능하게 했다.
‘트럼프 계좌’는 부유층이 어린 자녀를 위해 신탁 계좌를 운영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도 만 18세가 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만들어주자는 게 골자다. 세금 이연 계좌로, 당사자가 18세가 되면 돈을 찾아 주택, 교육 또는 사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인출 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부모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2025년 1월 1일생부터 4년 동안 태어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부모 중 최소 1명이 사회보장번호와 취업 허가를 제시하도록 해서 일부 이민자 계층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 자녀는 혜택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다음 세대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행운이 따라준다면 인생에서 정말 큰 도약이 될 수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계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일환이다. 이날 백악관 행사에는 델, 우버, 골드만삭스 등 기업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마이클 델 델 최고경영자(CEO)는 “델 직원들이 낳은 모든 자녀를 위해 정부가 이 계좌에 투자하는 초기 자금을 1대 1로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이드와 식량, 주택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복지 제도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5년 전 이 같은 신생아 대상 복지 계좌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던 경제학자 대릭 해밀턴은 AP에 “이 제안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소득층과 부유층에 차별을 두지 않았고, 정부가 기금을 관리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18년 동안 묶어 둬야 하는 계좌는 물가 상승으로 현재 고통받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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