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내 모든 미국인 표적 됐다”… 미군기지 4만명 등 대상 보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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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전쟁 참전]
하메네이 “美 피해 이란보다 클것”… 1979년 이란혁명후 최대 위기
이란 탄도미사일 대거 보유해… “오랜 제재, 전면전 어렵다” 분석도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 직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이란보다 더 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TV도 “중동 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발발, 같은 해 11월부터 1981년 2월까지 444일간 이어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의 미국인 인질 52명 억류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역사가 최고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연설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하던 18일 연설 모습으로 대미(對美) 보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정당한 자기방어 대응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이란은 자국의 주권, 이익,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 중동 주둔 미군 기지부터 공격 나설 가능성 높아

일단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이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센 레자이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국의 공격 몇 시간 전 국영 TV에 출연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페르시아만(걸프만) 내 기뢰를 폭파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사일을 이용해 미군기지 공격에 나선다면 이라크(2500명), 바레인(9000명), 쿠웨이트(1만3500명), 카타르(1만 명), 아랍에미리트(UAE·3500명) 등 중동 내 주둔 중인 미군 4만 명이 사정권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친미 산유국의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에선 아라비아만) 인근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걸프만을 끼고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산유국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의 입구 역할을 하는 구역.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한국 수입 석유의 약 70%)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홍해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개돼 글로벌 물류망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고,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군사력도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적대적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엔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뿌리 깊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한 이란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전제왕정을 붕괴시킨 뒤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그 뒤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 미대사관과 미군 기지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1월 무인기(드론)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하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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