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한밤의 망치’… 이란 잠든 일요일 새벽 2시 기습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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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전쟁 참전]
“2주 준다”던 트럼프, 2일 만에 공습… 이란-유럽 ‘빈손 회담’에 결심 굳힌듯
헤그세스 “이란 정권교체 추진 안해”… “美, 사태 장기화 땐 큰 피해” 지적도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워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J D 밴스 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댄 케인 합참의장(왼쪽에서 네 번째)으로부터 이란 공습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워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J D 밴스 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댄 케인 합참의장(왼쪽에서 네 번째)으로부터 이란 공습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2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란은 작전 내내 공격을 감지 못했고, 우리는 기습 효과를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케인 의장이 22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전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 작전을 설명하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케인 의장이 22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전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 작전을 설명하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출처=백악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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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 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AFP=뉴스1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AFP=뉴스1
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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