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이하면서 코스피 시장에서도 업종 간 희비가 명확하게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됐던 방산·조선주가 두각을 보인 반면, 2차전지주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가에선 방산·조선주의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장기적으로 수주 확대 성과가 확인되며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반면, 2차전지주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만 반등의 실마리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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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
2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82만7000원으로 마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지난 1월20일 종가(38만2500원)와 비교하면 116.2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064350)도 5만67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97.53% 올랐다. 이외에 한국항공우주(047810)(51.86%), LIG넥스원(079550)(49.53%)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방산주의 강세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무기 구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방산주 중에서도 동유럽 국가에서 수출을 성사시킨 이력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선 방산주가 단기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선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 국방 투자를 포함해 전 세계적인 각자도생식 자강론이 단기 이슈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국가대계인 만큼 최소 10년 이상의 미래를 보고 투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혜가 예상됐던 조선주 역시 트럼프 취임 이후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날 8만9300원을 기록하며 지난 1월20일 종가(5만700원) 대비 76.13% 뛰었다. HD마린엔진과 HD현대미포(010620)는 트럼프 취임 이후 각각 37.09%. 29.77% 주가가 올랐다.
조선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업체와 협력이 구체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 데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로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량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방산주와 달리 2차전지주는 코스피 종목 내에서 주가 하락이 심화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2차전지 소재 업체인 SKC(011790)는 이날 10만2800원으로 마감해 지난 1월20일 종가(17만4500원) 대비 41.09%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25.54%), 삼성SDI(006400)(-19.6%) 등은 배터리 셀 업체들도 두자릿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차전지주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 인플레감축법(IRA) 축소 및 폐지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상호관세가 본격 부과되는 하반기에 실적 악화가 심화할 수 있어 당분간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이 전기차 산업 공급망을 단독으로 구축하기에 한계가 있어 향후 관세 수위가 낮아질 경우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있으나 관세를 높여도 미국 내 약한 산업 공급망, 인프라 부족으로 결국 미국 제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