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에 달하는 항암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맞기 전에 알 수는 없을까. 미국 바이오텍 템퍼스가 방대한 의료 데이터 속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에릭 레프코프스키 템퍼스 최고경영자(CEO)는 “분자, 유전체, 단백체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시킨 인공지능(AI)으로 약물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템퍼스는 환자 770명에게서 200페타바이트(PB)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 멀티모달 임상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수집했다. 책 한 권이 1MB라고 가정하면 약 200조 권에 해당하는 양이다. 전 세계 모든 도서관의 책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진단 분야는 다양한 제약·바이오산업 중 가장 먼저 AI가 상용화된 분야다. 특히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도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진단 사업에 뛰어들었다. 템퍼스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약·바이오기업과 협업을 늘려가고 있다. 2015년 설립한 이후 200곳이 넘는 제약·바이오기업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레프코프스키 CEO는 “항암제 매출 기준 글로벌 20대 제약사 중 19곳이 협력사”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템퍼스는 미국 유전자 검사 기업 앰브리제네틱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앰브리제네틱스가 강점을 가진 유방암 및 소아과, 희소질환 등으로 진단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템퍼스는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일본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강력한 지지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장 이해도가 높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환자들에게 맞춤형 데이터 기반 진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레프코프스키 CEO는 “2025년 매출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