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 왕좌를 차지한 회사를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똑같이 출하량 기준으로 집계했는데 조사기관별로 각각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양사가 점유율이 정체되며 대혼전을 벌이는 가운데 샤오미가 약진한 것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는 추세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3880만대를 기록했다. 앞서 2년 연속 뒷걸음쳤는데 작년은 전년(2023년) 대비 6.4% 증가해 반등에 성공했다.
제조사별로는 애플이 연간 출하량 2억3210만대로 점유율 18.7%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8%, 출하량 2억2340만대로 뒤를 이었다. 이어 샤오미 13.6%(1억6850만대), 트랜션 8.6%(1억690만대), 오포 8.5%(1억480만대) 순으로 중국 제조사들이 따라붙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0.9%, 1.4% 감소한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샤오미는 출하량이 15.4%, 트랜션은 12.7%로 두 자릿수 증가했고 오포도 1.4% 늘었다.
나빌라 포팔 IDC 선임리서치이사는 "지난해 목격된 강력한 성장은 해결되지 않은 거시경제적 과제, 신흥시장의 환율 우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미진한 수요에도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사는 프로모션에 집중한 데다 다양한 가격대 기기를 출시하고 무이자 할부 계획, 공격적 트레이드 인(중고보상)을 통해 프리미엄화와 저가형 기기 매출을 촉진해 성장을 주도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공개한 결과에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1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 기준 점유율 19%를 기록했고 애플은 18%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샤오미 14%, 오포·비보 각 8%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S24 시리즈와 A시리즈 수요에 힘입어 시장을 선도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를 내놨지만 인공지능(AI) 기능을 중국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요가 제한적이었다고 부연했다. 샤오미는 전년 대비 출하량이 12% 늘면서 상위 5개 제조사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혼전 속에 "중국 제조사들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거시경제 개선에 따라 소비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을 포괄하는 250달러 이상 스마트폰 중 AI폰 비중은 2028년까지 90%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는 매출 성장이 계속해 판매량 성장을 앞지르며 매출은 전년보다 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판매량은 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