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기술 수출한 폐암 신약 ‘렉라자’가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할지 기대를 모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J&J의 핵심 자산 중 가치가 과소 평가된 약물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상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환자를 위한 치료제다. EGFR 변이 폐암은 5년 생존율이 20%도 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 수요가 큰 분야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J&J의 자회사 얀센에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국산 항암제다.
두아토 CEO가 이 치료법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기존 치료법보다 월등히 높은 효능을 확인해서다. 그는 “폐암 환자들의 전반적인 생존 기간을 기존 치료법에 비해 1년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이뤄진 임상에 따르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표준치료법으로 쓰이는 타그리소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약 3년이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이를 4년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2월 미국, 유럽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이후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제품을 말한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연매출 목표를 7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 블록버스터 신약에 한층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J&J는 기존 정맥주사(IV)가 아니라 피하주사로 리브리반트를 투여할 수 있도록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5시간 이상 걸리는 항암제 투약 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두아토 CEO는 “리브리반트 SC 제형이 나오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가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EGFR 변이를 가진 두경부암 및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