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들의 도시라는 표현도 나쁘지 않지만 박람회로 유명해져서 더 좋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도시가 발전하는 속도가 눈에 보이거든요. 우리를 먹여 살리는데 환영하지 않을 리가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CES 개막으로 분주했다. 버스·택시 기사들은 탑승객을 향해 웃음을 잃지 않았고, 기업 부스들은 참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상점에는 테이블이 부족하고 거리로는 인파가 쏟아졌다. 초국적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자원이 된 리조트들은 화려한 빛깔로 반짝였다. 전시회 출입증을 교부하는 키오스크 앞으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쳤다.
지난주 테슬라 사이버트럭 폭발 사건이 발생해 안전상 우려를 낳았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도 정리가 된 상태였다. 미국 특수부대 소속 군인이 저지른 이 테러로 사망자 1명과 부상자 7명이 나왔다. 로비로 들어서는 입구 천장 곳곳에 거뭇한 얼룩이 남아 있고 일부 차량 입·출차를 관리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사건 현장 접근이 가능했다.
매일 이 호텔 앞을 지난다는 한 우버 소속 기사는 “전시장과 가까워서 경찰차와 경찰관이 계속 머무르고 있다”며 “호텔에서도 투숙객을 맞아해야 하니까 (잔재를) 빠르게 치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호텔과 CES 메인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와의 거리는 약 4㎞에 불과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호텔인 MGM 그랜드 호텔은 고가의 스위트룸 일부를 제외하고 만실을 기록했다. 이 호텔의 객실은 6000개가 넘는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안전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예약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 소재 호텔들은 보안 인력을 추가하고 수시 순찰을 강화했다.
스피어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스피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체 형태의 공연장이다. 높이가 111m에 달하고 지름이 155m가 넘는다. 지난 2023년 9월 개장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가 됐다. 올해부터는 스피어도 CES 행사장으로 활용된다. 가까이에서 보니 놀라움을 넘어 위압감마저 드는 모습이었다. 스피어 앞에 모여든 관람객들도 사진 촬영을 멈추지 못했다.
웨스트관 앞에서 만난 한 사업가 부부는 기자에게 “영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라며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주인공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도피하는 장면이 있다. 올 때마다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CES에는 전 세계에서 4500개가 넘는 기업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합쳐 800개 안팎의 기업이 참여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하는 CES 혁신상 363개 중 162개를 수상한 만큼 우리나라 기업에 거는 글로벌 시장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CTA는 올해 CES에 최소 14만명의 관광객이 발걸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라스베이거스 방문자 수는 388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5% 늘었다. 지난해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 올해 관광객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콘퍼런스와 네트워킹 등 CES 관련 행사가 상당한데, 여기에 공연·무대와 스포츠까지 역할을 잘하고 있어 도시 전역에 축제가 열린 셈”이라며 “관광 대국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