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왕자' 알카라스, 숙적 신네르 꺾고 US오픈 우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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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08 15:20 수정2025.09.08 15:20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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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숙적'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꺾고 테니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우승상금 500만달러·총상금 900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앞서 윔블던 대회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면서 신네르가 1년간 지켜왔던 세계랭킹 1위까지 탈환했다.

◆알카라스·신네르 '빅2 시대'
알카라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신네르를 3대1(6-3 3-6 6-1 6-4)로 눌렀다. 2022년 이 대회 우승 이후 3년만에 챔피언으로 복귀하며 자신의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도 6회로 늘렸다.

이날 경기는 '세기의 대결'이라 불릴만 했다. 작년부터 남자 테니스는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양강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2년간 있었던 8번의 메이저 대회를 두 선수가 싹쓸이했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올해 프랑스오픈과 이번 US오픈을 따냈고 신네르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각각 4개씩 나눠가졌다. 2년간 8개 메이저대회를 두 선수가 나눠가진 것은 2006∼2007년의 라파엘 나달(2회·스페인)과 로저 페더러(6회·스위스)가 마지막이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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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페더러·조코비치의 '빅3'는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빅2'로 완벽하게 대체됐다. 나달과 페더러는 은퇴했고, 남아있는 현역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알카라스에게 패배했다. 그는 경기장을 떠나며 "알카라스와 신네르를 뛰어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들은 너무 강하다"라고 새 시대가 열렸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알카라스는 특유의 풍성하던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나타나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삭발 투혼'은 아니었다. 그는 1회전을 마친 뒤 "US오픈 전 이발을 하려고 했는데 형이 이발 기계를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스타일이 이상해졌다. 결국 삭발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의도한 투혼은 아니었지만 이날 우승 뒤 알카라스는 삭발 효과를 묻는 질문에 "나쁘지는 않았다"며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알카라스는 파워를 앞세운 과감한 공격으로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신네르가 빈틈없는 플레이로 재빠르게 추격하며 두번째 세트를 따내긴 했지만 4세트에서 일찌감치 알카라스가 승기를 잡았다. 알카라스는 서브에이스와 강력한 포핸드로 신네르를 몰아붙였고, 한번의 듀스 끝에 서브에이스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따냈다.

우승이 확정되나 알카라스는 라켓으로 스윙을 하는 '골프 세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골프광인 그는 이 대회를 앞두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만났고, 우승을 올릴 때마다 골프 세러머니를 펼쳤다. 알카라스는 조만간 스페인의 골프스타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라운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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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내 라이벌"
치열한 승부를 펼친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뜨거운 스포츠맨십으로 테니스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알카라스는 "신네르를 가족보다 더 자주 본다"며 "너와 코트, 라커룸,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네르 역시 알카라스의 경기력에 존경을 표시했다. 그는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면에서 알카라스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알카라스는 신네르와의 통산 상대 전적에서 10승 5패, 메이저 대회 4승 2패로 앞서나갔다. 두 선수의 세계랭킹 포인트는 단 760점 차이, 하지만 신네르와 3위 알렉산더 즈레벨프(독일)는 4850점이나 벌어져있다.

이제 테니스팬들의 눈길은 알카라스와 신네르 중 누가 먼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지로 향하고 있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알카라스는 호주오픈을, 신네르는 프랑스오픈을 각각 정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방문했다. 그는 롤렉스의 기업 스위트룸 손님으로 참석했다. 대통령의 등장으로 경기장 안팎의 보안조치가 강화되면서 경기는 30분 늦게 시작됐고, 경기 중 대형화면에 잡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와 야유가 섞인 반응을 보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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