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부터 준비한 CBDC 테스트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10월 CBDC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금보험공사, 은행연합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기술적, 제도적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한 CBDC, 예금토큰 발행 및 유통, 기존 은행 시스템과 연계한 전자지갑, 스마트 컨트렉트 안정성 검증 등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또한 한국은행은 예금토큰에 대한 지급준비금 제도 적용 등 실거래 테스트 운영 근거를 위한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테스트 참가은행은 예금토큰 발행 잔액의 7% 이상의 CBDC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참고로 참가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 BNK부산은행 등 7곳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참가은행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예금토큰 발행을 허용하고, 예금토큰에 대해 예금보험제도를 적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용자 권리 보호, 거래 상대방 보호, 지급결제 안정성 등을 위해 권리의무 발생 및 변동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보안성 검토 등의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3개월간 진행, 다양한 사용처 확보CBDC 실거래 테스트는 4월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합니다. 참가자는 참가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를 보유한 만 19세 이상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5일부터 모집했습니다. 참가 인원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이 각각 1만 6000명, IBK기업은행, 부산은행이 각각 8000명 규모로, 최대 10만 명입니다.
참가자는 참가은행 지정 앱을 통해 전자지갑을 개설한 후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를 연계하고 본인의 보유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예금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 원, 테스트 기간 중 총 전환 한도는 5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의미 있는 거래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이 제한했습니다. 단 건당 거래 한도는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6월 30일 실거래 테스트 종료 후 남은 예금토큰은 참가자의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로 일괄 입금됩니다.
이후 이용 방법은 기존 간편결제와 유사합니다. 온오프라인 사용처에서 물품이나 서비스 구매 후 전자지갑에 있는 QR 코드를 제시해 결제하면 되죠. 기존 간편결제와의 차이점은 테스트 참가자와 사용처가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대금을 결제하면 이용자 지갑에서 판매자 지갑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덕분에 사용저의 경우 판매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고,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금토큰 사용처는 ▲교보문고 오프라인 서점 ▲세븐일레븐 매장(무인점포 제외) ▲이디야 커피 부산, 인천 중심 100여 개 매장 ▲농협하나로마트 6개 점 ▲현대홈쇼핑 모바일 웹 및 앱 ▲코스모(COSMO) PC 및 모바일 웹 ▲땡겨요 모바일 앱 등 온오프라인 매장입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여러 유형의 온오프라인 사용처를 확보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입니다. 단 개인 간 송금은 불가능합니다.예금토큰은 시스템 유지 및 보수를 위한 점검 시간을 제외하고 수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점검 시간은 매일 23시 20분부터 다음날 0시 20분까지 1시간이며 은행별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예금토큰 잔액 조회 등은 가능하나 사용처 결제, 예금토큰 전환 등은 제한됩니다.
사생활 침해 우려 적은 기관용 CBDC
CBDC는 활용 범위, 사용 주체 등에 따라 범용과 기관용으로 나뉩니다. 범용 CBDC는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일반 화폐처럼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관용 CBDC는 금융기관 간 자금 거래, 최종 결제 등에 활용하는 CBDC입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CBDC 추진 계획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CBDC는 범용 CBDC입니다. 범용 CBDC는 중앙은행이 개인의 거래 내역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이번에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진행하는 실거래 테스트는 기관용 CBDC가 대상입니다. 한국은행이 은행 간 자금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참가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이죠. 실거래 테스트 특성상 일반인이 실거래에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 간의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기관과의 거래만 관리할 뿐 개인의 거래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편의성과 거래 속도 향상, 결제 수수료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실거래 테스트를 통해 CBDC의 실효성과 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이용자 의견 수렴 및 시스템 정비 후 개인 간 송금, 다양한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등 후속 실거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번 실거래 테스트가 CBDC의 본격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요 금융 선진국보다 빠르게 CBDC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CBDC 산업에 이정표를 제시하고 디지털 금융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실거래 테스트가 단순히 검증에 그치지 않고 국내 환경에 적합한 CBDC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실생활에 구현하는 기반이 되길 기대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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